"SC제일은행이 성공하지 못하면 SC그룹의 미래는 없다."
글로벌 금융그룹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의 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는 벤자민 홍 SC홍콩 최고경영자(CEO)의 메시지는 명쾌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SC의 한국시장 철수 계획은 사실무근이며, 오히려 한국에서의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홍콩 SC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0년간 그룹 차원에서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 한국에서의 성공을 위해 수신 기반 확대와 더불어 SC의 장점인 기업금융 부분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SC제일은행에서 SC홍콩으로 자리를 옮긴 김진겸 부행장 역시 "SC그룹에서 SC제일은행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매각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내 입지 강화는 아시아 금융의 맹주를 노리는 SC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유럽 미국 등 선진시장보다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150년 이상 영업을 해온 터라 한국에 대한 애착과 포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 SC 수입의 90%, 수익의 95%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에서 나온다. 덕분에 선진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매년 매출과 수익이 늘고 있다.
SC는 한국 등 아시아 지역 고소득층 대상의 프라이빗뱅킹(PB)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라제쉬 말카니 SC 동아시아 PB 총괄책임자는 "연간 13% 가량 성장하는 아시아 PB시장에서 한국이 가장 주목 받고 있어 공격적인 PB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매, 기업금융, 투자금융 등 모든 면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SC의 장점을 살린다면 PB 분야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딤섬본드(Dimsum Bond) 역시 SC의 전략무기다. 중국 본토의 판다(Panda)본드와 달리 홍콩에서 외국기업이 발행하는 위안화 채권인 딤섬본드는 두 마리 토끼(채권 이자수익+위안화 절상에 따른 환차익)를 노리는 덕에 투자자들에게서 각광받고 있다. 티 춘홍 SC 동북아 자본시장 총괄책임자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이 딤섬본드를 발행하면 저리에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C제일은행 노조의 장기간 파업을 야기했던 성과급제 도입에 대해선 "노조에서 뭔가를 빼앗으려는 게 아니라 일을 많이 한 직원에게 더 많은 돈을 주기 위한 것"(벤자민 홍), "SC의 각국 은행이 적용하는 일반원칙이라 계속 추진될 것"(김진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SC제일은행은 6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연말쯤 사명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바꾸기로 의결했다. 1958년 탄생한 '제일은행'을 끝으로 조흥, 상업, 한일, 서울 등 환란 전 5대 은행의 이름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홍콩ㆍ싱가포르=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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