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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부모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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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부모란 무엇인가

입력
2011.10.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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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학들이 조교를 교육시키는 내용 중에 "처음으로 조교가 된 대학원생들은 성공적인 조교는 학부생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친구 같은 조교라고 착각한다. 명확하게 기억하라. 학부생들에게는 그들의 친구가 있고, 조교에게는 조교의 친구들이 따로 있다. 조교가 학부생의 친구가 될 필요는 없다. 조교는 조교로서 존재할 때에 가장 성공적이다. 함부로 학부생들과 술자리를 같이하거나 어울리지 마라"는 구절이 있다. 나는 미국 조교교육의 이러한 방향이 우리가 바람직한 부모상을 그릴 때에도 중요한 전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떠한 아버지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친구같은 아버지"라고 응답한다. 친구같은 부모가 과연 훌륭한 부모일까.

숱하게 많은 부모의 유형

동기분야의 탁월한 연구자인 노스캐롤라이나대의 데일 슝크와 그의 동료들은 첫째, 부모가 자녀들을 얼마나 통제하는지 둘째, 자녀의 요구에 얼마나 잘 반응하는지, 셋째,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얼마나 잘 하는지 넷째, 얼마나 정성을 기울여 아이를 양육하는지 등의 기준을 가지고 부모를 크게 네 개의 유형으로 나누었다.

첫째 유형은 '통제형의 독재적인 부모'이다. 이 유형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많은 규칙을 내건다.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규칙에 대해서 의견을 말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러한 부모의 아이들은 종종 평생 죄책감과 부끄러움에 시달린다. 이들은 부모에게 보이려고 공부하기 때문에 학습 자체에 대한 흥미도가 낮다.

둘째 유형은 '대화형의 신뢰로운 부모'이다. 이들은 아이와의 대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만사를 제쳐놓고 아이의 얘기를 듣는다. 이들은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때에 아이의 감정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적절하게 반응할 줄 안다. 즉 공감적 경청을 한다. 특히 이들은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을 '주도'할 수 있도록 돕는데 초점을 둔다. 이 유형의 부모들은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태도로 아이들의 자율성을 높여주는 가정환경을 제공한다. 이들도 자녀에게 규칙을 제시하지만 반드시 규칙의 이유를 명확하고 충분하게 설명한다.

셋째 유형은 '아이들의 눈치를 살피는 자유방임형 부모'다. 이들은 아이에게 상냥하게만 대한다. 부모가 규율을 제시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하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다해주려고 하지만, 자신은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이 없다. 아니 요구는커녕, 아이의 눈치를 보기에 바쁘다. 아이를 위한다는 것이 아이의 눈치나 보며 아이에게 끌려 다니는 부모는 결국 아이들이 제대로 발달하는 것을 방해한다.

넷째는 '포기형의 무관심한 부모'이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무관심하다. 아이에게 무엇을 요구하지도 않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도 않는다. 최악의 부모이다.

이 중에서 가장 훌륭한 부모 유형은 대화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부모이다. 연구에 따르면 대화형의 신뢰로운 부모를 둔 아이들은 친구들과 잘 지내며 성적이 높고, 특히 학습에 대한 흥미가 높다. 무엇보다도 대화형의 신뢰로운 부모는 아이들이 스스로의 행동을 주도할 수 있게 키우면서도, 동시에 규칙을 세우고 아이들이 부모가 세운 규칙을 지키도록 일관성 있게 교육 시킨다.

부모다움의 키워드는 소통과 신뢰

아이들은 대화형의 신뢰로운 부모처럼, 부모다운 부모를 원한다. 부모와 아이의 역할이 명확해야 아이들은 안도감을 느끼고 제대로 발달할 수 있다. 친구 같은 부모? 얼핏은 쿨해보일지 모르지만, 근원적으로 아이들은 부모다운 부모가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딱 한 분 뿐이다. 그러니 부모까지 친구 같은 부모가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독재자나 눈치꾼이 될 필요는 더 더욱 없을 것이다. 부모는 같이 얘기가 통하면서도 믿음직스러운 존재로 남아서, 아이들의 건강한 발달을 옆에서 돕는 것이 최고일 것이다.

김은주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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