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서울시장夢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서울시장夢

입력
2011.10.10 11:22
0 0

가을볕이 좋다. 볕 좋은 곳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다 보면 힘든 세상살이를 잊고 잠깐 단잠이 든다. 청솔당 마당에 오래된 나무의자가 놓여 있는데 볕을 즐기기도 좋고 뒤에 있는 벽에 기대어 단잠을 즐기기도 좋다. 장자도 '호접몽'(胡蝶夢)을 꾸었다. 그 꿈이 얼마나 아쉬웠는지 장자는 꿈에서 깨어 말했다.

내가 호랑나비 꿈을 꾸었는지, 호랑나비가 내 꿈을 꾸었는지 모르겠다고. 당나라 사람 한단은 주막에서 도자기 베개를 베고 누워 '한단지몽'(邯鄲之夢)을 꾸고, 순우분도 큰 느티나무 아래서 '남가일몽'(南柯一夢)을 꾸었다. 불가에서도 가르친다. 자고 깨는 것은 짧은 꿈이고, 살고 죽는 것은 긴 꿈이라고. 꿈이 덧없음에도 요즘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 많다.

저자에서 그것을 일러 '서울시장夢'이라 한다.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이 사람 저 사람이 꿈을 꾼다. 꿈을 꾸며 싸우고, 꿈을 꾸며 비난하며, 꿈을 꾸며 표를 얻으러 다닌다. 내가 보기엔 그 꿈은 욕심 많은 꿈이다. 그건 서울시민들이 꾸어야 할 꿈인데 제 꿈인 양 꿈꾸는 것이 가관이다.

꿈의 주인은 따로 있는데 내 꿈이요, 네 꿈이요 다투는 것은 어리석다. 예부터 꿈은 덧없는 것이어서 '치인설몽'(痴人說夢)이라, 어리석은 사람이 꿈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그 꿈이 깨는 날, 그것이 한단지몽이고 남가일몽인 것을 알 것인데. 가을볕은 여전히 좋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