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불능의 아이, 모두 오라." 부모도 두 손 두 발 다 든 작은 악마를 순한 양으로 돌려놓는 마법을 펼쳐온 SBS 육아 리얼리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11일(오후 6시30분) 300회를 맞는다. 2005년 7월 9일 첫 방송한 이 프로그램은 욕하는 아이, 때리는 아이, TV에 중독된 아이 등 257명을 사랑스런 아이로 바꿔놓았다. 교육적인 내용에 더해 패러디 개그까지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은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프로그램 녹화날인 지난 7일, 단호하면서도 푸근한 모습으로 멘토 역할을 해온 오은영 박사(47ㆍ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와 첫 회부터 연출을 맡은 신현원(40) PD를 만났다.
-기억에 남는 아이들이 많겠다.
신 "방송 첫 해 안동 권씨 37대손이 출연했는데 진짜 악동이었다. 누나 둘을 낳고 얻은 아들이라 귀하게 키우다 보니 버릇이 없었다. 길가다 행상하는 할머니 사과박스를 뒤집고, 빵집에 가면 빵을 다 찔러보고, 할아버지 난을 엎고…. 부모님이 '애가 초등학교 갔다', '영재반에 들어갔다'며 가끔 소식을 알려주는데,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오 "모든 아이가 기억에 남지만, 최근 출연한 폭력성향의 아이가 특히 마음이 쓰였다. 폭력 쓰면 안 된다는 걸 붙들고 얘기하는 데만 몇 시간이 걸렸다. 나쁜 아이라고 욕만 하지 그러면 안 된다고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던 거다. 지금은 존댓말도 쓰고 많이 달라졌다."
-힘든 일도 많을 텐데.
오 "아이들한테 많이 맞는다.(웃음) 발버둥치는 아이를 붙잡다가 부딪혀 멍이 들기도 하고. 침도 뱉고 용변도 보고 하는데, 그걸 두려워하면 안 된다. 옷은 빨면 되고 침 묻은 건 닦으면 된다. 중1짜리 우리 아들이 좀 가슴 아파하긴 하지만 괜찮다고 말해준다."
신 "사실 제작진이 한두 번 만나서 아이를 바꿔놓을 순 없다. 보통 한 가정이 선정되고 솔루션을 마치기까지 6주가 걸린다. 스태프들이 출장 다니느라 가족들로부터 '남의 자식은 고치고 네 자식은 신경도 안 쓰냐'는 지청구를 듣는다. 올 5월 늦장가를 갔는데 처가에서 '육아는 잘하겠다 싶어 점수를 줬다'고 하시더라. 프로그램 덕도 톡톡히 봤다."
-방송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신 "출연 부모들이 다 보는데, 절대 불가능하다. 그리고 애들을 꾸민다고 꾸며지겠나(웃음). 제작비가 빠듯해도 공익성을 지키기 위해 협찬도 받지 않는다."
-아이를 안 때리고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들 하는데.
신 "오 선생님은 촬영 나가면 우선 집에 있는 파리채 등 회초리를 수거한다.(웃음)"
오 "사실 열살 미만 아이들은 혼낸다는 개념도 필요 없다. 가르쳐줘야지, 왜 혼을 내나. 흔히 부모들은 단호하게 가르치라면 화를 내고, 분명하게 말하라면 소리를 지른다. 내가 백점짜리 엄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이를 한번도 때려본 적이 없는 건 자부한다. 안 때리고도 키울 수 있다는 걸 꼭 얘기해주고 싶다."
-아이보다 '우리 엄마가, 아빠가 달라졌어요'라는 말이 나올 만큼 육아법의 패러다임을 바꿨는데.
오 "부모와 아이는 평등하지 않은 관계다. 가장 사랑하는 약자인 아이한테 부모가 안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그 가정의 문제가 아이를 비뚤어지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그래도 출연하는 부모는 얼굴 나와 창피 당하더라도 아이를 고쳐야겠다는 의지가 있다. 그래서 개선도 빠른 거고."
신 "우리 역할은 개선의 첫 발을 내딛는 방법을 일러주는 것이다. 이행하는 건 부모와 아이의 몫이다. 의학적 심리적 방법을 총동원하고 전문가들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때문에 많이 바뀌긴 한다. 부모와 아이가 공감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사회적으로도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신 "돈 있는 부모야 무슨 치료든 받을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도움을 받고 싶어도 그럴 여건이 안 된다. 사회적 비용을 절감시키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
오 "녹화할 때 의사보다는 엄마의 마음으로 접근한다. 아이를 달라지게 하기 위해 부모의 역량을 강화시켜주는 게 주 목적이다. 모든 답은 아이에게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모도 알 수 있다. 단지 육아에 지치고 사는데 치여서 그럴 여유가 없을 뿐이다. 부모가 포기하려고 할 때 '나는 엄마다'라고 구호를 외치게 하기도 한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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