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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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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혼란

입력
2011.10.1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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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노 니콜로프

혼란이 지배할 때 굶주림은 자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웨이트리스는 생각하기 시작한다, 승객들은 자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스튜어디스는 생각하기 시작한다, 환자는 자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약사는 생각하기 시작한다, 작가는 자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평론가는 생각하기 시작한다 ―

혼란이 지배할 때 나 역시, 사랑하는 이여, 당신이 나를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 혼란스런 시대를 살고 있나 봐요. 두 연 사이에 더 많은 행들을 줄줄이 나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혼란이 지배할 때 '아이가 자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부모는 생각하기 시작한다' 반대도 가능하죠. '부모가 자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아이는 생각하기 시작한다', 또는 '국민이 자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정치가는 생각하기 시작한다', '강과 산이, 자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건설업자는, 아니 인간은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등등.

철학자 헤겔은 예술이 수면을 변형시키기 위해 물수제비를 뜨는 아이의 행동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연의 무심한 겉표면을 우리의 의지를 나타내는 표면으로 만드는 행위가 예술이라는 것입니다. 이 비유의 아름다움은 물수제비의 무늬가 생겨났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데 있어요. 물과 돌멩이가 만나 무늬를 그리듯 아이와 부모가 만나, 자연과 인간이 만나 분명 멋진 변화가 생겨나겠지요. 그렇지만 한쪽이 다른 한쪽을 수단화해서 곤란하다는 것을 우린 잘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물수제비 무늬들이 결코 지워지지 않는 호수의 표면이란 얼마나 어지럽고 기괴하겠어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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