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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잡스/ 창의적 인재 죽이는 다섯가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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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잡스/ 창의적 인재 죽이는 다섯가지 문제점

입력
2011.10.0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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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애플CEO에 대한 추모열기가 한창인 9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한국에서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를 만드는 방법'이란 글이 떴다.

1단계로 청와대에서 잡스형 인간을 만들라고 지시한다. 2단계로 교유과학기술부가 잡스형 인재를 만드는 대학에겐 혜택을 준다고 발표하자 대학들이 앞다퉈 잡스형 창의인재학과를 개설한다. 3단계 대입수능 등 모든 시험을 객관식으로 바꾼다. 그로부터 4년 뒤 과연 어떻게 됐을까. 검은색 터틀넥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실업자들이 대량으로 쏟아진다.

이 글은 창의성을 외면하는 획일화된 교육과 지시일변도 정부정책을 꼬집는 유머다. 네티즌들은 '정부가 하라는 것과 반대로만 하면 잡스형 인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과연 '한국의 잡스'가 나오지 않는 진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한국에는 잡스가 나오기 힘든 이유로 다섯 가지 문제점을 꼽았다.

첫 번째는 역시 성과주의. 학생도 기업도 최고경영자(CEO)도 무조건 성과에 집착하다 보니, 실패를 두려워하고 결국 새로운 도전을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병호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잡스도 성공한 것 보다 실패한 게 더 많다. 아이폰 아이패드가 성공하기 이전에 그는 넥스트 리사 등 개인용 컴퓨터에서 여러 차례 쓴 잔을 마셨다. 이런 실패가 결국 성공의 밑거름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라비 쿠마르 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장도 "미국에서는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으면 주로 창업을 많이 하는데 한국은 대부분 대기업으로 간다"며 "(창업이 적은 것도 결국은)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도전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개발자에 대한 홀대. 잡스는 훌륭한 CEO이면서, 동시에 스스로가 개발자였고 그들을 충분히 우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우수제품을 개발해도 과실은 기업이 누릴 뿐, 개발자들에겐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한국정보법학회 소속 최정열 변호사는 "국내에서는 개발자와 성과의 수혜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며 "창작의 결과가 개발자에게도 골고루 분배되어야 우수인재가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이용자 마인드의 결핍이다. 잡스는 생전에 자신의 제품은 단순한 첨단기술이 아니라, 테크놀로지와 휴머니티의 결합을 지향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사장은 "애플 제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첨단기능이 아니라 편의성"이라며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의 성공비결 역시 잡스의 생각을 단순한 사용법으로 특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 번째는 투자환경의 구축. 애플도 처음부터 글로벌 기업이 아니었다. 잡스가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 그의 뒤에는 장래성을 믿고 투자한 마이크 마큘라가 있었다. 최계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동향분석실장은 "미국의 세콰이어캐피털처럼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많이 늘어나도록 정부에서 정책 지원을 하고 기업간 인수합병도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현진 LG유플러스 부사장도 "세계 시장을 목표로 삼은 벤처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국가간 인력 교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은 편견의 타파다. 가정 환경, 학력 등을 둘러싼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재능이 빛을 발할 수 없으면 곤란하다는 것.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을 중퇴한 잡스 같은 사람에게 과연 우리 사회였다면 얼마나 기회를 줬을 지 의문"이라며 "명문대와 일류 기업 등 성적 위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의 뿌리깊은 편견과 기득권 구조가 허물어져야 창의적 인재가 나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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