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때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 같다. 불황기에 환자 수가 감소하는 것을 보전하기 위해 병원들이 내원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급여 항목을 권해 진료비를 더 받아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2009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건강보험 보장률(전체 진료비에서 건강보험이 지불해주는 비용의 비율)이 떨어진 주요 이유는 의사들의 '목표 수입 가설(Target income hypothesis)'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 수입'이란 당연히 벌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기대수익선으로, 의사들은 그 수익선에 맞춰 환자들에 부담시킬 진료비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국내 건강보험 보장률은 2006, 2007년 각각 64.3%, 64.6%를 유지하다가 2008년 62.2%로 떨어졌고, 가장 최근 통계인 2009년에는 다시 64%로 회복됐다. 학계에서는 2008년 통계가 나온 이후 '건강보험 보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었고, 2009년 뚜렷한 이유 없이 보장률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나자 통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건보공단은 보고서에서 "2008년에는 국제금융위기가 발생해 건강보험 환자의 의료이용 증가세가 둔화됐다"며 "이에 따라 'Target income hypothesis'에 의거해 '비급여 진료(보험이 적용 안 되는 진료)' 증가로 연결돼 비급여 본인부담률이 현저히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공단은 "2009년에는 의료이용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돼 건강보험 급여비가 증가되면서 비급여 본인부담률이 감소됐다"고 설명했다. '목표 수입 가설'은 2007년 세계은행이 발간한 '의사의 행동에 대한 경제적 모델'이라는 논문에 게재된 이론이다.
실제 의료기관별 건강보험 수진자는 금융위기 파고가 높았던 2008년에는 2007년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을 제외하고, 상급종합병원, 병원, 의원급에서 모두 줄어 들었다.(표 참조)
한편 보고서는 "공급자 단체(의료기관)들이 진료비 실태조사의 취지를 건강보험 보장률 산출이 아닌 비급여 진료비 관리 또는 통제의 측면이라고 오인해 자료 제출 협조를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밝혔다. 현행법상 보건복지부 장관이 필요 시 의료기관에 진료실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으나 의무규정과 제출 거부나 조작 시 처벌 규정이 없어 정확한 건강보험 보장률 산출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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