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리웠다더니
지난 사랑 이야기를 잘도 해대는구나
앵두 같은
총알 같은
앵두로 만든 총알 같은
너의 입술
십 년 만에 만난 찻집에서 내 뒤통수는
체리 젤리 모양으로 날아가버리네
이마에 작은 총알구멍을 달고
날아간 뒤통수를 긁으며
우리는 예의 바른 어른이 되었나
유행하는 모양으로 찢고 씹고 깨무는
어여쁜 입술을 가졌나
놀라워라
아무 진심도 말하지 않았건만
당신은 나에게 동의하는군!
…
시몬느 드 보봐르는 노작가 앙드레 지드를 좋아했습니다. 우연히 길에서 만나면 지드는 그녀를 보고 한없이 반가운 표정을 짓곤 했지요. 그러나 몇 마디 인사말을 나누고 나면 붙잡힐까 두려워하는 도둑마냥 곧장 달아나 버렸답니다. 보봐르의 말에 따르면 그는 빈말을 한 마디도 하기 싫어하는 사람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반가운 얼굴이지만 함께 했던 시간들이 먼 기억 속의 일이 되어버린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과 만나 사교적 상투어들로 채우기에는 너무 길고 진심을 풀어놓기는 너무 짧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될 때가 있지요. 달아나버릴 수도 없고 어쩌지요? 그때 널 참 좋아했고 넌 예뻤고 또 청춘은 아름다웠고 쫑알대는 당신의 입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머릿속이 붉은 젤리처럼 물렁해집니다. 당신도 나처럼 진심을 말하지 않기로 결심했군요. 어른스럽게 상투어들로 입을 맞추며 어색한 시간을 견디다 가까스로 일어섭니다. 그러니까 옛사랑이 살던 동네를 막 지나가서는 안 되는 것이에요. 특히 정직한 입술의 소유자라면. 시인
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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