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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력회사-의원들 수십년간 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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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력회사-의원들 수십년간 유착

입력
2011.10.0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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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낚시 접대, 온천예약 대행, 선거사무실 운전 서비스, 선거철 격려금 지급…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을 운영하는 도쿄(東京)전력 등 일본 전력회사들이 수십년간 정치권에 조직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거나 향응을 베풀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후쿠시마 제1원전이 쓰나미에 취약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건의가 번번이 묵살된 것이 정치권의 로비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9일 아사히(朝日) 신문에 따르면 오키나와(沖繩) 전력을 제외한 일본 9개 전력회사의 임원들로 구성된 전기사업연합회(전사련)는 1990년대부터 당시 여당인 자민당 의원들과의 친목모임인 조식회를 통해 정기적으로 뇌물을 건넸다. 전사련은 전력을 관할하는 경제산업성 소관 의원들을 회사 임원들에게 몇명씩 '할당'해 관리토록 했다. 2~3개월에 한번씩 모여 금품을 제공하고 선거 때에는 자원봉사자를 지원했다.

도쿄전력 전직 임원에 따르면 자민당의 한 의원이 관내 화력발전소 부지내 해안절벽에서 낚시를 하고 싶다고 해 현장에 직원들을 동원, 손 씻는 물이 든 바구니까지 준비했다. 이 의원은 30~40㎝짜리 물고기를 냉장박스에 가득 담을 정도로 잡고 흡족해했으며, 이후 수차례 발전소 낚시를 즐겼다.

유명 온천 숙박을 알선하는 것도 도쿄전력 간부들의 중요 업무였다. 한 전직 임원은 점심회를 통해 알게 된 의원 비서로부터 "의원 지지자들이 단체로 온천여행을 가고 싶다"며 숙박편의를 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예약을 대행한 사실을 폭로했다. 경비의 절반 이상은 회사의 명의가 드러나지 않도록 비밀 접대비로 충당했다. 한 임원은 "우리 회사가 여행사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도쿄전력 임원들은 담당 의원의 지역구 스포츠 행사 등에 심판 명목으로 직원을 보내거나, 기념품으로 전기밥솥이나 전자레인지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규슈(九州)전력은 자민당 의원이 선거사무소를 차릴 때 직원들을 현장에 파견, 선거용 명부를 만들거나 운전하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전직 비서는 "(규슈전력)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각 전력회사는 담당 의원의 선거 때 격려금으로 200~300만엔을 현금으로 건넸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은 각 전력회사와 관련 회사의 노조가 만든 전력총련이 별도로 관리했다.

아사히 신문은 "정치권과 전력회사의 부적절한 관계는 도호쿠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사라졌다"며 "하지만 일부 임원들은 아직도 의원들로부터 '몇 년 후 다시 부탁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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