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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의 왕따' 베를루스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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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의 왕따' 베를루스코니

입력
2011.10.0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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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를 타개하려는 유럽 정상들의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수시로 얼굴을 맞대고 그리스 총리는 베를린, 파리, 브뤼셀로 뛰어다니며 빚을 얻기 위한 읍소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절체절명의 순간, 정상외교에서 배제된 한 명의 지도자가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다. 나라가 신용등급 3단계 강등이라는 수모를 겪은 이 시점, 시장을 다독이려 전유럽을 누벼도 모자랄 판에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59회 생일(7일)을 축하하러 러시아를 방문했다. 베를루스코니가 이런 천하태평 스케줄을 잡은 이유는 아무도 그를 만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유로존의 '왕따'가 됐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가 국제사회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베를루스코니의 외교적 고립은 (이탈리아의) 걱정거리가 됐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 기피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가 각종 성추문을 잇달아 쏟아내고 긴축재정안 통과 과정에서 지도력 부재를 노출하면서 유럽 내 반감이 극에 달해 있다. 한 외교관은 FT에 "유럽연합과 유럽의회의 많은 사람들이 이탈리아 광대(베를루스코니)와 사진을 함께 찍기 싫어 그를 멀리하고 있다"며 외교가 분위기를 전했다. 그 결과 의전상 빠질 수 없는 유럽정상회의를 제외하고는 다른 정상과 논의할 일이 있으면 불가피하게 전화를 이용할 정도다.

미국에서도 그는 달갑지 않은 손님인데, FT는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베를루스코니의 유엔총회 참석이 취소된 것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회담이 무산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베를루스코니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성적 매력 없는 비계 엉덩이"라 묘사했던 대화가 뒤늦게 보도된 것은 이런 분위기에 쐐기를 박았다.

이런 마초 총리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유일한 지도자가 또 다른 마초 푸틴이다. 푸틴은 베를루스코니가 지난달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법정에 섰을 때 "많은 사람이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특별한 성적관계를 공격하는 것은 부러운 마음 때문"이라며 "그는 힘든 상황에서도 지도자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했다"고 칭찬했다.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만 한 사이인 셈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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