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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멋진 곳이 고속도로의 폐도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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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멋진 곳이 고속도로의 폐도였다고?

입력
2011.10.0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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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강원 평창군 영동고속도로 나들목 폐도(廢道) 구간. 1999년까지 자동차들이 씽씽 다니던 고속도로였지만, 이젠 도로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아스콘 대신 참나무 숲과 야생동물 탐방로, 자연수로, 습지 등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여느 생태공원 못지 않다. 곡선화 사업으로 도로가 이동하면서 쓰이지 않게 된 2km 구간이 자연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과거 고속도로였다는 사실은 '영동선, 폐도복원생태숲'이라는 표지판으로 겨우 알 수 있을 뿐, 환경 및 생태교육을 위한 탐방로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어린이 자연학습장이나 주민 휴식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다.

고속도로 폐도는 곡선으로 휘어진 도로를 직선화하거나, 터널ㆍ교량 등이 생기면서 기존 도로를 사용하지 않게 돼 생긴다. 폐도 용지를 활용하려는 사람에게 매각하는 게 최선이지만, 포장면 제거비용 등이 만만치 않아 처분이 쉽지 않았다. 팔리지 않는 폐도는 방치되기 마련. 전국적으로 미활용 폐도는 총 54곳(35.39km)에 달하며, 그 면적(130만2,000m²)은 여의도공원(22만9,539㎡)의 5배를 넘는다.

버려진 땅으로 홀대 받던 고속도로 폐도가 생태공원 등 다양한 용도로 변신하고 있다. 전남 담양군의 메타세콰이아 가로수 길이 대표적이다. 담양읍 반룡리 옛 담양 IC~금성면 대곡리 8㎞ 구간은 과거 88고속도로에 속했으나, 2006년 새 도로가 인근에 들어서면서 폐도 부지로 방치돼 왔다. 담양군은 폐도를 포함해 주변 15만㎡ 부지에 메타세콰이아 공원을 조성했다.

폐도는 기존 고속도로가 지나던 구간이라 주변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개발할 수 있다. 예컨대 이동이 자유로운 고속도로 인근에 위치해 물류센터 기지로 쓰기가 용이하고, 농촌 지역의 폐도는 주말농장이나 농작물 건조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실제 굽은 도로를 바로잡는 선형개량공사로 폐기된 충북 영동군 황간면 용암리 옛 경부고속도로 구간의 경우 거대한 벼 육묘장으로 탈바꿈했다. 도로 위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벼가 빠르고 건강하게 자라는 데다, 질퍽거리는 논보다 농사짓기도 쉬워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크다고 한다. 이 도로 500여m 구간을 임차한 이모(42)씨는 "농사에 필요한 인력을 절반으로 줄인데다 볍씨도 고르게 잘 자란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일부 폐도 구간을 태양광 발전부지로 재활용할 계획이다. 도로는 이미 기반공사가 돼 있어 아스팔트 등 평평한 땅에 태양광 집열판만 설치하면 발전이 가능해 경제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도공 관계자는 "비교적 개발이 용이한 폐도 부지 50만㎡에 25MWp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할 방침"이라며 "폐도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면 30년생 가로수 40만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이산화탄소 감축효과(1만4,000톤)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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