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주요 소재는 태권도, 주연배우들도 한국인이다. 제작비 300만달러 대부분도 한국이 댔다. 그런데 태국인 감독이 메가폰을 쥐고 100% 태국에서 촬영했다. 한국 태국 합작영화 '더 킥'은 외형부터가 남다르다.
'더 킥'의 촬영현장을 지휘한 프랏야 핀케유 감독은 '옹박: 무에타이의 후예'(2004)로 국내에 알려진 태국 무술영화의 대가. 11월3일 '더 킥'의 개봉을 앞두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핀케유 감독을 지난 8일 오후 만났다. 외국 감독이 태권도 소재 영화를 연출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더 킥'은 40년간 태권도 인생을 살아온 문 사범(조재현)과 그의 가족이 태국 악당들로부터 태국왕조의 보검을 지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지원이 태권도 선수 출신인 문 사범의 아내 역을 맡았고, 실제 태권도 선수를 지낸 나태주와 태미가 아들, 딸로 출연한다.
핀케유 감독은 "평소 한국영화는 특별하다 생각했기에 합작 영화 연출 제의가 들어왔을 때 어렵지 않게 결정했다. 내겐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태국 감독들이 그 유명한 '나쁜 남자'의 배우 조재현과 어떻게 일을 함께 할 수 있냐며 부러워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태국 감독으로서 태권도 영화를 만들면서도 큰 어려움은 없었던 듯. 핀케유 감독은 "어느 지역의 어떤 무술이든 비슷한 점이 많다. 무술영화 연출 경험이 많아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놀랄만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촬영마저 한국에서 하면 형평성이 맞지 않다 생각해 태국에서 '더 킥'을 찍었다"고 했다.
"어떤 한국영화를 보든 '어 좋네'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는 그는 "'더 킥'을 연출하며 한국영화의 힘은 좋은 시나리오라는 걸 새삼 인식했다"고 했다. 그가 꼽는 한국영화의 특징은 "유명 배우 얼굴이 두부 같이 심심하다"는 것. "송강호 최민식 등 굉장한 미남형이 아닌 배우들이 주인공을 맡는 게 참 독특하다"고 말했다. 한 가지 더. 그는 "태국에선 그렇지 않은데 남자들이 여자들을 거칠게 대하는 장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남자들에게 막 대하는 스타일의 예지원과의 촬영이 재미있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핀케유 감독은 가장 일해보고 싶은 한국 배우로 원빈을 꼽았다. "영화 '아저씨'를 보고 그를 재평가하게 됐다. '아저씨'보다 더 거칠고 강렬한 액션영화를 함께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한국영화인들은 영화를 사업이 아닌, 진실된 사랑으로 대한다고 분석을 해요. 태국에서도 한국 아이돌그룹 인기가 대단하죠. 저야 그들 노래 좋아할 나이가 지나서… '노바디' 정도만 아는데 유행이 지난 노래 아닌가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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