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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이렇게 보완하자/ (상) 양극화 키우는 한미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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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이렇게 보완하자/ (상) 양극화 키우는 한미 FTA

입력
2011.10.0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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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0만명 자영업자·소상공인 "앞날 캄캄한데 쥐꼬리 지원이 전부"

서울에서 10년째 광물가공 수출업체를 운영 중인 노모(46)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이 가까웠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경기 들린 어린애마냥 불안해한다. 한미 FTA가 사업 환경을 어떻게 바꿔놓을 지 두렵고 막막하기 때문이다. 한미 FTA 협정문 번역본까지 찾아 읽어봤지만 광물가공업에 대한 이렇다 할 설명도, 전문적으로 상담해 준다는 곳도 아직 찾지 못했다.

노씨는 "미국 광물가공 업체들이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데,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우리 같은 영세기업이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FTA 피해지원 및 상담 프로그램은 없는지, 아니면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미 FTA는 단순히 무역장벽을 낮추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 문화와 산업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때문에 자칫 한미 FTA가 '준비 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간의 사회ㆍ경제적 격차를 더욱 벌리는, 이른바 'FTA 디바이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계층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책 마련과 함께 이들의 FTA 이해도를 높일 교육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창우 FTA연구원장은 "칠레나 아세안(ASEAN)과의 FTA는 개방도가 낮아 실감하지 못했으나, 무역장벽을 대폭 낮춘 유럽연합(EU), 미국과의 FTA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 서민계층에 큰 피해를 줘 FTA 디바이드를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시장 방어는 물론, 미국시장 진출 전략까지 준비 중인 대기업 등에 FTA의 이익이 집중되는 반면, 농ㆍ어민과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에는 각종 부작용이 집중되면서 FTA가 기존 계층 간 양극화 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피해집단으로 주목 받아 온 농ㆍ축산ㆍ어업 분야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정부가2007년 한미 FTA 협상 타결 후 피해금액 보전, 경쟁력 강화 등에 2017년까지 21조1,000억원을 투입키로 했고, 올 8월엔 재협상과 4년간의 상황 변화를 반영해 1조원을 더 늘렸다. 그래도 부족하다는 농민들 주장에 정부는 "추후 피해가 발생하면 추가 대책도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그간 정부대책에서 소외돼 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농ㆍ어민 못지 않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한다. 박공순 한국소상공인지식정보진흥원장은 "동네 빵집들이 브랜드 업체에 밀려 하나 둘 사라졌듯, 미국 대형 프랜차이즈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하면 소상공인들이 설 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10여년 전 법률시장 개방 이후 10대 로펌 가운데 8개가 사라진 독일의 사례처럼, 변호사 등 전문 영역도 급격히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농업 외 분야에 대한 정부 대책은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약 545만명)이 농ㆍ어업 종사자(350만명)보다 200만명이나 많은데도, 이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직접 지원대책은 무역조정지원제도(FTA에 따른 수입 증가로 매출이 20% 이상 감소했을 때 대출금 지원)와 사업전환지원제도(새 업종 전환 때 대출금 등 지원)가 전부다. 두 사업에 배정된 올해 예산(1,476억원)도 농ㆍ어업 피해 보전을 위해 마련된 예산(연평균 약 2조2,000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에 대한 피해 분석은 기본 데이터가 부족해 산출이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관련 대책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과 같은 제도 개선이나 법령 개정이 많아 상대적으로 배정 예산이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창우 원장은 "FTA 취약계층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며 "이들의 처지에 맞는 대응전략을 상담해줄 수 있는 전문가들을 지역별로 양성해 FTA 이해도를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FTA 디바이드(Divide)

FTA를 이용하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사이에 발생하는 사회ㆍ경제적 격차 심화 현상. FTA 발효로 무역장벽이 낮아지면 이미 해외에 진출한 대기업 등은 시장 확대 등의 혜택을 보지만, 정보 및 대응전략이 부족한 농ㆍ어민과 영세 자영업자 등은 개방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된다.

◆설문 응해주신 분들(가나다순)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백일 울산과학대 유통경영학과 교수, 송기호 통상전문변호사, 신범철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 윤병선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훈 명지대 법대 교수, 이창우 FTA연구원장, 이해영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 민주당 10+2 재재협상안

민주당은 국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앞서 '10+2 재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10+2안'은 협정문 수정이 필요한 10개 항목과 국내법으로 보완해야 하는 2개 항목이다. 참여정부 시절 자동차 분야의 이익을 위해 농업과 서비스 분야 등의 이익을 양보했는데, 지난 2월 정부가 재협상에서 자동차 분야의 이익을 양보한 만큼 재재협상을 통해 다른 분야에서 만회해야 한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10개 항목의 수정을 여권 측에 요구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FTA 발효 이후에도 계속 협정 내용을 논의할 수 있도록 '근거를 남기는 방식'(record of discussion)의 도입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당내 강경파와 민주노동당 등의 반발이 걸림돌로 남아 있다.

먼저 협정문 수정이 필요한 10개 항목에는 미국산 쇠고기에 부과하는 관세를 10년간 유지하되, 11년 차부터 관세를 8%씩 철폐해 15년 차에 현행 관세(40%)를 모두 철폐하자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중소상인 적합 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국회가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부터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마련한 유통법과 상생법을 FTA 예외사항으로 명시하는 것과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한국 원산지 인정을 위한 역외가공 조항 신설도 포함돼 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급식 지원 프로그램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복제 의약품의 생산과 판매를 위해 의약품 분야에 대한 허가ㆍ특허 연계 제도 폐지도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긴급 외환 유출입제한 조치 및 자동차 긴급 수입제한 조치 발동요건 강화와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ISD) 폐기, 서비스 시장 개방에서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의 네거티브 리스트를 '공식적 금지, 예외적 허용'의 포지티브 리스트로 전환 등도 포함된다.

국내법 보완이 필요한 2개 항목은 통상절차법 제정과 피해 산업 분야에 대한 무역조정지원제도 강화 방안이다.

한편 정부와 청와대, 한나라당은 8일 청와대에서 당정청 회동을 갖고 정기국회 대책을 포함해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9일 전해졌다. 여권 수뇌부는 현재 미 의회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11∼16일)에 맞춰 한미FTA 이행법안 처리를 마무리하려고 하는 점 등을 들어 우리도 이달 중 FTA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여권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의 '10+2안'에 대해 최대한 협의를 진행하되, 수용 가능 및 불가능 분야에 대한 최종 결정은 정부 측에 맡기기로 했다. 특히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등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에 관심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 정부 전망 FTA 득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부와 국책연구기관들의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다.

정부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일자리 35만개가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이 5.66%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등 10개 국책연구기관이 최근 발표한 '한미 FTA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도 향후 10년간 일자리 35만개가 새로 생길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 분야별로 보면 농림어업 일자리는 10년 안에 2,000명 줄겠지만, 그 이후 농식품 가공산업이 커지면서 500명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서비스업과 제조업 일자리는 향후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고용창출 효과가 각각 26만9,200명, 8만1,600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한미 FTA는 실질 GDP 증가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낮아진 관세 일부가 투자로 유입되면서 경제 규모를 키우고, 시장 개방으로 기업 간 경쟁이 강화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또 향후 15년간 전체 무역수지는 연평균 27억6,500만달러, 대미(對美) 무역수지는 1억3,800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성 강화로 전반적인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관세 철폐로 가격이 인하된 미국산 제품이 많이 들어와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에서 연평균 5억7,300만달러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반면, 농수산업에서 매년 4억3,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농ㆍ수산업 부문의 생산 감소 등 피해도 우려된다. 정부는 한미 FTA 발효에 따른 연평균 생산 감소액이 8,445억원(농업 8,150억원, 수산업 295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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