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부 고교가 성적 별로 색깔이 다른 학생증을 발급해 찬반논란이 뜨겁다.
캘리포니아 지역 일간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는 7일(현지시간) 라팔마의 케네디고교 등이 지난달 캘리포니아 학력검정시험 성적에 따라 학생증과 공책의 색깔을 달리해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고 보도했다. 성적이 상위인 학생에게 검은색, 중간 학생에게는 금색, 하위 학생에게는 흰색 학생증과 공책을 줬다. 사이프러스 고교도 같은 방식으로 학생증을 배포했다.
혜택도 학생증의 색상에 따라 달라진다. 검은색 학생증을 소지한 학생은 학교 운동경기 무료 입장, 학교 댄스파티 입장료 할인 등의 특전을 받는다. 금색 학생증 소지 학생은 학교 운동경기 입장권 할인 등 혜택 일부가 주어진다. 구내 식당에서도 색상 별로 줄을 달리 서야 한다. 케네디 고교에서 검은색과 금색 학생증을 발급받은 학생은 총 1,000명, 나머지 400명은 흰색 학생증을 받았다.
학교 측은 학생 성적 향상을 위한 동기부여 차원에서 학생증 색상을 달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성적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검은색 학생증을 발급받고 국제학위증서 특별반에 등록한 부에나 박(16)은 "검은색 학생증을 가진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무시하고 마치 자신들이 세상에서 최고인 것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한 학부모는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는 잔혹한 처사"라며 "'노력을 왜 해야 하나요, 이미 낙인 찍혔는데'라는 느낌을 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케네디 고교에 재학 중인 알렉스 히메네스는 "(순위를 가리는) 운동경기도 학교에서는 하지 말아야 하느냐"며 "성적 별로 다른 대접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벤 카펜터 사이프러스 고교 교장은 "전통적으로 학교에서 성적 우수자에게 상장을 주고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미 교육청은 성적에 따른 학생증 구별이 차별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중단하라고 해당 학교 측에 지시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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