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KIA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9일 인천 문학구장.
경기 전 외야에서 몸을 풀고 있는 SK 선수들 사이로 콧노래 소리가 들렸다. 전날 힘 한 번 못쓰고 완패한 팀 분위기 반전을 위해 ‘날쌘돌이’ 정근우(29)가 나선 것이다. 정근우는 분위기 메이커답게 노래를 부르며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이번엔 이만수 SK 감독 대행이 나섰다. 미팅을 하기에 앞서 “(정)근우야, 그러지 말고 아예 노래 한 곡 하라”고 멍석을 깔아준 것이다. 정근우는 특유의 쑥스러운 웃음을 보이며 머뭇거렸지만 이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머지 선수들은 그 주위를 감싸며 작은 무대를 만들었다.
“이젠 이겼으면 좋겠네~ 이젠 이겼으면 좋겠네~.” 정근우는 아주 짧게 노래를 마쳤다. 사실 조용필의 를 개사해 같은 소절을 반복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컸다. 선수들 모두는 미소를 지었고 이 대행도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경기하라”며 즐겁게 미팅을 마쳤다.
훈련을 마친 정근우. 이번엔 자신감까지 내비쳤다. 그는 “이제 겨우 한 번 진 것에 불과하다. 세 번을 져야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다”며 “선수들이 동요하는 것은 없다. 곧 SK다운 경기가 펼쳐질 것이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정근우는 이어 “오늘 상대 선발인 로페즈는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 분석을 많이 했다”며 “우리는 포스트시즌 1차전에서 지는 데 익숙하다. SK는 기적을 만드는 팀이다”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근우는 자신의 약속대로 2차전서도 톱타자로 나서 5타수 4안타 1득점의 맹타를 휘둘렀고, SK도 연장 11회말 이호준의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인천=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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