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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욕설 쓰면 입시 불이익 주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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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욕설 쓰면 입시 불이익 주겠다니…

입력
2011.10.0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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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욕설 실태가 심각한 만큼 각성을 촉구하자는 차원에서 입시와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7일 '욕하는 학생은 입시에서 학교장 추천전형 대상자에서 제외한다'는 계획의 진위를 묻는 기자에게 교육과학기술부 학교문화과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학생이 욕설을 쓰는 정도를 평가해 많이 쓰는 학생은 입시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를 실행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일 뿐"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아이들이 욕을 해대는 것은 분명 심각한 문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고운말을 쓰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것도 맞는 얘기다. 하지만 올 초 교육과정 안에서 언어문화개선수업을 하고 교사언어순화캠페인을 하겠다던 교과부가, 욕하는 학생이 많다는 언론비판이 쏟아지자 대뜸 입시 카드를 만지작거리니 걱정부터 앞선다.

우선 실효성이 의문이다. 어떻게 욕하는 정도를 전국 초중고 교사가 같은 잣대로 평가하고 기록할 수 있을까. 또 이를 통해 아이들의 언어습관, 폭력성, 하대(下待)문화가 과연 개선될 수 있겠는가.

교과부가 입시를 교육수단으로 남용했다가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뜨린 사례는 적지 않다. 책을 많이 읽히겠다며 추진한 독서이력제가 대표적이다. '책 내용 요약'학원을 등장시키고 독서풍토를 망쳤다는 비난에 교과부는 부랴부랴 이를 축소했다. 창의적 체험활동을 확대한다고 대학이 활용할 기록시스템 에듀팟을 도입한 것도 오히려 스펙 경쟁을 부추겼다.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은 "학교에서 경쟁, 성적향상만을 가르치다 보니 상대를 비하, 괄시하는 마음도 커지고 욕설도 늘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욕설로 멍든 교실을 치유하겠다는 고민 없이 '욕하면 좋은 대학 못 갈 줄 알라'는 강다짐으로는 욕설은 사라지지 않는다. 입시위주 교육현실을 두 팔 걷고 바꿔나가도 모자랄 판에 교과부가 학벌주의의 피해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약점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김혜영사회부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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