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다소 빗나간 결과였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 발표를 하루 앞둔 6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토르뵤른 야글란드 위원장은 "올해 수상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위원회가 수감된 중국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를 지난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가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을 샀던 경험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수상자는 일찌감치 점쳐져 왔다. 올해 평화상 후보는 241명의 개인과 53개 단체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으나 연초부터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달군 '아랍의 봄'이 무엇보다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CNN방송 등 외신들도 수상자 발표 전까지 "2011년 노벨평화상은 아랍의 봄과 위키리크스의 2파전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위키리크스의 반향이 크긴 하지만 아랍권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1월 '튀니지의 소녀'라는 가명으로 벤 알리 대통령의 무자비한 탄압을 고발해 일약 유명인사가 된 여성 블로거 리나 벤 메니(27),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이집트 민주화의 불을 지핀 구글 간부 와엘 고님(31) 등 민주화 주역들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노벨위원회의 선택은 '여성'이었다. 위원회는 "여성의 권리는 세계 평화 확산의 근본 요소"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예멘 민주화 시위의 상징 타우왁쿨 카르만이 공동 수상자에 포함되긴 했지만 그도 예멘 민주화 운동 보다 여성 권리 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영예를 안았다. 유력한 후보였던 고님은 7일 트위터에 "카르만은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글을 올렸다. 여성 수상자는 2004년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지난달 사망) 이후 처음이며, 3명 공동 수상은 최초다.
여성 지도자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전세계적으로 인권과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용감한 여성들이 있다"며 이들의 수상을 축하했다. 국제사면위원회(AI)와 유럽연합(EU)도 각각 성명을 내고 "평등권의 촉진은 공정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노벨위원회가 아랍의 봄의 의미를 외면한 것은 아니지만, 민주화 운동이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한데다 그 과정에서 일부 폭력이 동원됐다는 점에서 '평화의 진전을 향한 노력에 보상한다'는 제정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상식은 노벨상 창설자 알프레드 노벨의 사망일인 12월 10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열린다. 상금은 수상자 3명이 1,000만 스웨덴크로네(약 17억3,000만원)씩 나눠 갖는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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