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의 정치학자이자 시민운동가인 정대화(55) 상지대 교수는 3월부터 상지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함께하자는 제안이 왔다. 그러나 장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가 정상화되는 것이 최우선 가치라 생각해 고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리재단에 학생들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위원장의 말대로 상지대는 여전히 분쟁에 휩싸여 있다. 상지대 사태는 18년 전인 1993년 당시 이사장이던 김문기씨가 부정입학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관선이사 체제를 거쳐 11년 만인 2004년 정식이사진이 구성돼 학교가 정상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김씨가 2007년 "임시이사들이 정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김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학교 되찾기에 나섰고, 지금도 김 전 이사장의 복귀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상지대 이사진은 옛 재단 측 추천인사 4명, 학교 구성원 측 2명, 관할교육청 추천 2명, 정부가 임명하는 임시이사 1명으로 이뤄졌다. 이사진의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해 김 전 이사장의 복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제해결의 열쇠를 쥔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8월 사태 확산을 우려해 임시이사 1명의 임기를 연장, 어정쩡한 방식으로 봉합에 나섰다.
최근에는 학교 측이 총장의 권한인 교원 재임용권과 보직교수 인사권 등을 이사장에게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사회 정관개정을 추진하자 상지대 비대위가 실력저지에 나섰다.
정 위원장은 학교 측의 정관 개정을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폭거로 규정했다. 민주주의 기본인 견제와 균형, 자치권 보장은 온데간데 없고, 권력을 독점해 교원들의 목줄을 죄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는 "학교 구성원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사회가 독단적으로 악행을 자행하고 있다"며 "이번 정관 개정은 김문기 구재단 복귀를 반대해온 교수를 솎아내기 위한 시도가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실제 상지대에서는 김문기 이사장 시절인 1991년부터 3년간 20여명이 재임용에서 무더기로 탈락했다. 때문에 상당수 교수들이 대량해고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나쁜 경험으로 인해 정관개정에 대한 반대투쟁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 위원장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구성원들과의 합의를 강조했다. 정관은 학교의 헌법인 만큼, 개정작업이 이사진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구성원들과의 대화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재단 측에 집중된 권한을 교원인사위원회 등으로 분산시켜야 갈등의 소지가 줄어든다"며 "하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가장 좋은 상지대 정상화 해법은 김문기씨 등 구 재단 측이 복귀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원주=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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