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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처장, 22년간 사상 연구/ "사회운동가 함석헌 선생의 삶 재조명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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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처장, 22년간 사상 연구/ "사회운동가 함석헌 선생의 삶 재조명 됐으면…"

입력
2011.10.0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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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 선생은 평소 사회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활동과 타 종교 배척 금지 등을 강조했습니다." 서울 마포구 함석헌기념사업회에서 최근 열린 '함석헌 사상 연구'영어강연. 청중은 일반인과 해외입양인, 외국인 등을 포함해 10여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저마다 강연 내용을 열심히 메모하는 등 진지한 모습이었다. 강연 후 이들은 "한국에 이런 지성이 있었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게 놀랍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간디'로 불리며 한국인으로 첫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던 사회운동가 함석헌(咸錫憲ㆍ1901~1989) 선생. 생전의 활동에 비해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그의 삶을 조명하는 데 평생을 바치고 있는 이가 있다. 이 날의 강연자였던 김성수(51)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처장이다.

자신을 "함석헌에 미친 환자"라고 표현한 김씨는 1979년 공고를 졸업하고 한국철도대에 입학했다. 국립대로 학비가 거의 무료이면서 취업이 보장됐던 철도대는 갑자기 집안살림이 기울었던 그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학교, 교회, 집만 오가는 일상이었어요. 종교활동만 열심히 했을 뿐 유신독재와 같은 사회문제는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았고요."

대학 졸업 후 철도기관사로 평범하게 살던 김씨의 인생은 1980년 어느날 함석헌 선생의 연세대 강연을 듣고 바뀐다. 80세도 넘은 흰 머리, 흰 수염에 흰 저고리 차림의 할아버지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한국 정권에 신랄한 비판을 하고, 젊은이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모습에 김씨는 넋을 잃었다. "강연을 듣고 사회문제에 무관심하던 제 인생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새벽 열차 운행을 한 날이라도 강연이 있으면 곧장 달려갔죠."

이후 김씨의 인생 화두는 오로지 함석헌이었다. 1984년부터는 매주 선생의 집과 퀘이커 교도들을 찾았다. 개신교의 한 종파로 근본적인 종교생활보다는 사회참여를 주장하는 퀘이커교의 세계적 인물이자, 국내 수장 격이던 함석헌 선생과 교감이 이어질수록 사회에 대한 그의 관심도 깊어졌다.

김씨는 1989년 함석헌 선생이 세상을 떠나자 10년 가까이 해오던 철도기관사 일을 곧바로 그만두고 이듬해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국내외적으로 선생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다는 안타까움만으로 택한 선택이었다. 직장생활과 병행해온 방통대 영어과 수학이 전혀 계획에 없던 유학 준비의 전부였다면 전부. 그러나 함석헌 사상에 심취한 한국의 한 젊은이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 영국 퀘이커연구소가 그에게 장학금을 제의하면서 유학길은 쉽게 열렸다.

영국 에섹스대학 역사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김씨는 1998년 셰필드대학에서 동아시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 동안 '함석헌과 한국의 민주주의'등의 논문을 썼다. 2000년 귀국한 그는 함석헌 선생 탄생 100주년이던 2001년 3월 <함석헌 평전> 을 냈다. 국내외를 통틀어 최초의 함석헌 평전이었다. 이후 그는 10년 간 진실화해위, 한국투명성기구 등에서 활동하며 틈틈이 준비한 평전 개정판을 지난 3월 냈고, 지금은 여러 곳에서 함석헌 사상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강연에서 그는 "젊은이들이 무한경쟁 속에서 사는 게 바쁘고 힘들다는 이유로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채 말로만 사회에 불평을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스스로 사회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 종교 배척이 강하다는 비판을 받는 한국 기독교에 대해서도 변화를 요구한다.

김씨는 "함석헌 선생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만큼 그 분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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