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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의 따뜻한 바둑 이야기] 태백산 천제단에서 나눈 선녀들의 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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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의 따뜻한 바둑 이야기] 태백산 천제단에서 나눈 선녀들의 수담

입력
2011.10.0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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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열린 개천절, 민족의 영산 태백에 올랐습니다.

해마다 이 날이면 해발 1,567미터 천제단에서 기념 대국이 열립니다. 올해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이슬아와 올해 명인전과 지지옥션배서 뛰어난 활약으로 일약 스타 기사가 된 최정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지난 10년간 국내 프로 기사들이 개천절에 천제단에서 기념대국을 했지만 여자 기사들이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군요. 태백산 정상에서 두 선녀가 엄숙하게 수담을 나누는 이색적인 장면을 지나던 등산객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고 열심히 사진으로 담기도 했읍니다.

바둑은 이슬아가 석 집을 이겼지만 물론 승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리고 여린 여류기사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한 시간 이상 정상까지 걸어 올라가 선녀 복장을 하고 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며 대국을 하는 모습에서 바둑의 영원한 발전을 기원하는 바둑계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강원도와 태백바둑협회서도 그 때문에 매년 천제단 대국을 열심히 준비하고 널리 홍보하는 것이겠지요.

더욱이 천제단 대국에 참여한 기사들은 태백산의 정기를 받아서인지 모두들 이듬해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하니 이슬아와 최정도 내년에는 더욱 많은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태백산은 단풍이 시작됐습니다. 남쪽으로 빠르게 전해질 단풍 소식처럼 천제단 바둑에서 비롯된 좋은 기운이 우리들의 마음과 마음을 통해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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