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 대통령은 어제, 뉴욕에서 전국으로 확산된 금융권 규탄 시위에 대해"미국인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를 앞세운 시위가 시작된 이래 처음 공식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그제 뉴욕에서는 2만 명이 월가의 탐욕을 비난하며 빈부격차 해소와 일자리 등을 요구하는 도심 시위를 벌였다. 보스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20여 도시에서도 산발적 시위가 있었다.
세계의 금융중심 월가를 넘나드는 군중시위에 대통령이 내놓고 심정적 동조를 선언한 의도는 양면적으로 볼 만하다. 미국 자본주의 체제까지 시비하는 시위의 성격을 월가와 금융시스템의 일탈에 대한 분노로 요약하고, 규제 확대와 개혁에 반대하는 월가와 공화당 보수세력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월가 점령'시위는 청년 실업자 등 소외계층과 미국사회 변방의 과격 좌파세력이 주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본바탕은 경제위기 대처에 무기력한 정부와 정치에 대한 국민 일반의 실망과 분노다. 지난 주 대형 노조들이 연대 투쟁에 나선데 이어, 대학생들도 일자리 확충과 등록금 부담 완화 등을 요구하며 가세했다. 시위 세력은 사회 전체 부(富)의 3분의1 이상을 상위 1% 계층이 차지한 현실에 빗대 '99%의 혁명'과 함께 더러'자본주의 철폐'까지 외치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 주류 언론은 과격한 체제부정 구호를 전하지 않는다. 잡다한 반체제 구호는 경제사회적 불균형과 불평등이 확대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소외 계층의 분노와 중산층의 불안을 상징할 뿐이다. 또 '월가 점령'세력은 지난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보수 티파티 세력에 비해 턱없이 미약하다는 평가다.
이에 비춰, 국가의 적극 개입을 요구하는'월가 점령'시위대보다 국가 역할의 축소를 바라는 보수세력 견제가 위기 극복에 관건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게 경제위기 속에 좌우 극단으로 분열하는 사회를 안정시켜 통합하는 길이다. 지난 역사의 경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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