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무순 대표 "신종플루 감염이 삶 바꿀 줄이야 회사 쉬면서 구상한 앱이 대박"
대박 신화. 누구나 두 손 꼭꼭 그러쥐고 기원하는 소망이다. 하지만 신화라는 말이 웅변하듯 이를 떡하니 이뤄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그 분야가 '100에 99는 사망통지서를 받는다'는 벤처라면 더욱 그렇다.
한국에서도 10여년 전 인터넷 붐을 타고 몇몇이 대박 신화의 주인공으로 등극했지만 한동안 이런 인물의 등장은 관찰 불능이 됐다. 그런데 사업 2년도 안 돼 대박 신화에 바싹 다가선 한 사업가가 있다. 바로 '팟게이트'를 만든 뉴에이지 벤처 사업가 박무순(34) ㈜오드엠 대표다.
팟게이트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애플리케이션(앱) 정보를 검색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이런 서비스는 한국에서 처음이었다. 팟게이트는 관련 시리즈까지 모두 80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할 정도로 공전의 히트작이 됐고, '앱의 네이버'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처럼 앱에 관한 모든 정보를 얻고 다운로드할 수 있는 매체 개념이자, 절대강자라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박씨의 신화는 도대체 어떻게 창조됐나. 서울 서초동에 있는 그의 코리아비즈니스센터 사무실을 찾았다.
_ 팟게이트를 어떻게 생각해냈는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2008년 야후의 웹개발자로 있을 때 애플의 아이팟터치를 남들보다 뒤늦게 접하곤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이렇게 작은 물건이 이토록 자유롭게 인터넷이 되는 게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앱…. 그것은 나를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앱을 갖고 뭔가 해 보면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앱 정보를 망라하는 서비스를 구상했다. 하늘도 도운 건지, 마침 신종 인플루엔자에 걸려 회사를 2주일 정도 쉬게 됐는데 이게 웬 떡이냐 싶어 혼자 앉아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렇게 해서 2010년 2월 팟게이트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_ 팟게이트의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초보자들은 앱에 접근하고 다운로드하기 쉽지 않다. 어떤 앱이 좋은지도 모른다. 그래서 통로를 만든 것이다. 팟게이트라는 명칭도 내가 감동했던 아이팟의 '팟(pod)'에 문을 뜻하는 '게이트(gate)'를 합친 말이다. 사실 애초엔 앱의 가격 변동을 기록하는 유틸리티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보면 앱 가격은 날마다 바뀌는데 현재의 가격만 표시돼 있다. 결국 소비자들은 이 가격이 비싼 건지 싼 건지 짐작이 안 된다. 그래서 가격 변동을 표시한 것이다. 그런데 운영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많이 쓰는 앱을 통해 나도 좋은 앱을 찾을 수 있었고, 그런 노하우를 하나하나 만들어 붙이면서 현재의 개념이 완성됐다."
_ 사용자들은 어떻게 팟게이트를 사용할 수 있나.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으면 된다."
_ 지금까지 다운로드 건수는.
"300만 건이다. 애플 아이폰의 판매 대수가 350만 건이니 아이폰 사용자의 70~80%가 다운로드한 셈이다. 애플은 아이폰 다운로드 순위를 매년 발표하는데 2010년 1위가 메신저인 카카오톡이었고, 팟게이트가 4위였다. 여성을 주 타깃으로 하는 스윗팟게이트, 게임 앱만 모아놓은 게임팟게이트 등 관련 시리즈를 모두 합하면 800만 건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폰에서도 다운로드가 가능해져 이쪽을 통해서도 받아 가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
_ 그처럼 다운로드가 꾸준한 이유는.
"초기에만 반짝한 것이 아니라 계속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_ 당초에는 어느 정도 호응을 예상했나.
"처음 출시했을 땐 스마트폰 시장이 전체적으로 작아 별 기대를 안 했다. 다만 앞으로 스마트폰 보급 확대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출시하자마자 하루 5,000~1만건씩 다운로드가 이뤄져 나도 이게 꿈인가 했다."
_ '앱의 네이버'라는 말을 듣던데.
"사람들이 팟게이트를 인정하는 것이니 고맙기 한량없다. 다만 자타공인 1위로 스마트폰 환경에서의 진정한 포털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계속 개혁해 나가야 할 숙제가 있다."
_ 이 분야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해 시장을 선점한 효과가 컸다고 보나.
"남보다 먼저 이 서비스를 한 것이 도움이 됐다. 하지만 그냥 그대로 뒀다면 선점 효과는 이내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사용자들의 요구 사항을 빨리 반영해 서비스를 개선해 온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당초에는 사용자들의 커뮤니티 기능을 별로 중시하지 않았다. 버튼을 일일이 눌러 글을 쓰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용자들의 리뷰 글이 예상외로 많았다. 그래서 사용자들이 리뷰를 간단하게 쓸 수 있도록 개선했다."
_ 특히 초보자들이 열광하는데.
"초보자들은 다른 사용자가 관심이다. 다른 사람이 이 물건으로 도대체 무슨 판을 벌이고 있는지 알아야 자신도 스마트폰을 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뮤니티 기능이 강한 팟게이트가 매력적인 것이다."
_ 무료나 할인이 많다는 점도 매력이다.
"팟게이트에는 물론 유료도 있지만 무료나 할인된 앱이 주종이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이 많이 몰리게 된다. 특히 초기에는 '오늘만 무료'라는 한국에서는 없던 이색적 이벤트를 했는데 사용자들이 엄청 열광했다. 물론 '오늘만 무료'는 글자 그대로 오늘만 무료라는 뜻은 아니고, 이벤트를 진행하는 동안 무료라는 의미다. 아직 헷갈리는 사용자들이 있어 다시 한번 설명하는 것이다."
_ 돈도 많이 벌었나.
"직원 9명 먹여 살릴 만큼 번다. 수익도 제법 난다. 매출은 연 100억원대가 목표다. 다만 스마트폰 화면 크기의 제한 때문에 앱 개발사 광고를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것이 어려운 점이다."
_ 수익구조는 어떤 것인가.
"앱 개발사들이 이벤트를 할 때 광고를 한다."
_ 앱 개발사들은 어떻게 모으나.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에 등록이 되면 자동으로 팟게이트 회원사로 가입된다. 별도로 모을 필요가 없다."
_ 지금은 몇 개나 되나.
"780여 개."
_ 앱 개발사를 위해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다고 하는데.
"등록한 회원사에는 팟게이트의 일일 다운로드 통계를 제공하고, 추천 리뷰를 등록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게시판 관리권도 주고 있다. 또 검색이 잘되도록 키워드를 등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_ 앱 개발사로 성공하려면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팟게이트는 사용자들의 피드백이 빠르고 직설적인 편이다. 이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한다."
_ 팟게이트의 앱 순위 자료가 큰 신뢰성을 갖게 됐다는데.
"사용자가 많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순위를 매긴다면 두터운 모집단이 필요하다. 얇은 데이터로 부여하는 순위는 의미가 없다. 개발사의 광고와 무관하게 다운로드 수로만 집계되는 것이라는 점도 신뢰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_ 앱 '웃끼지마'를 직접 내놓기도 했는데 어떤 것인가.
"이름은 '웃끼지마'지만 웃기려고 만든 것이다.(웃음) 인터넷에 보면 사진 등 재미있는 소재가 많은데 스마트폰에는 없다. 그래서 이런 것을 한 데 모아놓은 앱을 만들었다. 출시하자마자 하루 만에 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 애플에서 50만 건, 안드로이드에서 10만 건의 다운로드가 이뤄졌다."
_ 출시가 졸속이었다는 일화도 있다.
"하루 만에 기획부터 개발까지 모두 끝내버렸다. 내가 오드엠에서 하고 있는 핵데이 행사를 통해서였다. 핵데이가 하루 행사니만큼 웃기는 앱을 리스팅하는 수준에서 하루 만에 개발 가능한 분량으로 만들었다. 만들면서 엄청 웃었는데, 개발하는 사람이 웃어야 사용자들도 웃는다는 정설을 다시 입증했다."
_ 핵데이는 어떤 행사인가.
"아이디어 프로젝트 이벤트다. 전 직원이 24시간 동안 아이템을 고민해 내놓고 프로토타이프(제작 원형)까지 만든다. 우수 사원은 포상한다. 무조건 24시간 동안 자지 않으면서 아이디어를 내는 게 아니라 잘 것 자고 다과와 음료수 자유롭게 먹고 마셔 가며 일하는 것이다. 24시간의 놀이쯤으로 여기면 될 것 같다. 야후에서도 같은 이름의 행사를 하고 있고, 네이버에는 버닝데이, 페이스북에는 핵카톤이라는 행사가 있다. 야후 때 핵데이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내가 오드엠 차린 후 커닝했다."
_ 앱은 원래 잘 아는 분야인가.
"내가 아이팟터치를 접했던 때는 아이폰이 출시된 지도 2년이나 지난 시기여서, 얼리어댑터보다 앱을 접한 때가 한참 늦었다. 그러나 앱이 정말 좋아서 그것으로 날밤을 샜다. 지금도 하루 10개 이상씩 다운로드 받아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_ IT 제품에 몰두하는 스타일인가.
"작은 컴퓨터인 PDA나 모바일 기기에 빠지는 스타일이다. 돈이 없어서 많이 사지는 못했지만. 게을러서 그런지 손 안에 쏙 들어가서 가지고 다니기 쉬운 그런 물건을 좋아했다."
_ 앱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사람들도 많다.
"앱은 매일 새로 올라온다. 그 중에 성공하는 것이 많다. 반면 아무리 잘 나가던 앱도 고정적으로 계속 나가는 게 아니다. 얼마든지 기회가 있는 셈이다. 결국 포화상태라는 해석은 앱 시장의 특성을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_ 애플이 아이폰5가 아닌 아이폰4S를 내놓았는데.
"우리 직원들은 엄청 실망했다. 기능 때문이 아니라, 내가 아이폰5가 나오면 모恝“?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기능 면에서 보면 정말 매력적이다. 다른 어떤 기기보다 소프트웨어가 좋다.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이 마력에 빠진 사람은 살 거다. 덕분에 팟게이트도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신규 수요는 초보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쉽게 팟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_ 스마트폰 시장에서 앞으로 산업을 주도할 아이템은 어떤 것이라고 보는가.
"실생활이 테마다. 컴퓨터에서 하던 일상이 결국 스마트폰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인터넷 혁명 당시처럼 실생활적인 아이템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메신저나 우리가 하고 있는 할인 쿠폰 앱도 그런 의미에서 전망이 밝다."
_ 스티브 잡스의 사망은 애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당장은 큰 변화 없을 것이다. 애플을 주도했지만 그가 죽었다고 그가 만든 환경이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마켓 파워는 3년 정도는 지속될 것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 뒤다. 애플이 얼마나 효율적인 전략을 세우느냐가 중요하다."
_ 야후에서 일하다 오드엠을 창업했는데 당시 걱정도 있었겠다.
"어릴 때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막상 뛰어들려니 가슴이 쿵쾅거렸다. 3개월을 고민했는데 몸무게가 10㎏이나 빠졌다. 그런데 정말 하고 싶었다."
_ 가족들은 반대하지 않았나.
"사업하겠다고 애초부터 미리 못박아 둔 것이 도움이 됐다."
_ 왜 사업에 그토록 집착했나.
"사업이 원래 꿈이었다. 그래서 대학 때 벤처 창업을 하기도 했다. 야후에 웹개발자로 있으면서 내 이름으로, 내가 주도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_ 회사를 운영하는 제일의 원칙은.
"즐겁게 일하자는 것이다. 내가 웹 개발을 좋아했던 것도 재미있어서였다. 그래서 직원들도 즐겁게 일했으면 한다."
_ 회사 대표가 돼 보니 어떤 직원들에 마음이 가던가.
"얼굴 예쁜 여자 직원… 이거 남녀차별인가?(웃음) 자기주도형의 프로가 제일 좋다."
_ 돈 벌어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어린이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앱 서비스."
_ 팟게이트의 차기작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초보자용과 어린이용 팟게이트 앱을 준비 중이다."
_ 기업인 박무순의 30년 후는 어떻게 돼 있을까.
"노인들을 사용자로 한 실버 커뮤니티를 개발하고 있지 않을까."
_ 벤처 대박 신화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10년 전 인터넷 붐이 일면서 새 시장이 개척됐듯이, 지금은 스마트한 환경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 박무순은 누구
박무순 오드엠 대표는 야후에 근무하던 시절 계약직 사원에서 정직원이 된 스토리로 유명하다.
1977년 전남 여수 출신인 그는 전주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2006년 야후에 프로젝트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성과가 좋지 않으면 바로 '잘리는' 자리. 하지만 그는 탁월한 웹개발자로서의 감각을 발휘해 2년 만에 정직원으로 전환됐다. 그의 능력은 2008년 야후 핵데이 행사에서 어김없이 표출됐다. 24시간 내에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이 사내 행사에서 그는 웹사이트 사용자의 서비스 이용 패턴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클릭스토커'를 만들어 1등을 차지했다. 클릭스토커는 국제특허로 출원됐고, 그는 미국 야후 본사에서 벌어진 개발자 행사에 참석해 해외 개발자들과 토론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그는 야후 재직 중 개인적으로 '팟게이트' 개발에 착수했다. 작업이 궤도에 오르자 2010년 퇴사해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리고 올해 이를 주력 서비스로 하는 업체인 주식회사 오드엠을 만들었다.
박씨는 어릴 적부터 컴퓨터의 달인으로 불렸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접한 컴퓨터는 그에겐 신세계였다. 조그만 기계가 그토록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신비로웠다. 이후 4년 만에 컴퓨터 전 과정을 이수했고, 중학교 때는 그동안 배운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을 총동원해 테트리스 게임을 완성하기도 했다. 비록 모방이지만 그의 첫 작품이었다. 이런 경험은 그가 야후에서 웹개발자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의 또 한가지 독특한 이력은 대학 시절의 사업 경험. 돈 벌 거리를 궁리하던 그는 4학년 때 인터넷 정보거래 시장인 인포유닷컴을 창업했다. 인포유닷컴은 사용자들이 카페를 만들어 정보를 올린 뒤 이에 대해 가격을 매기고 직접 홍보, 그 정보를 팔면 사용자와 운영자가 이익을 나누는 시스템이었다. 오픈 한 달 만에 서버를 3회나 옮겨야 할 정도로 인기였다. 하지만 일부 사용자들이 올린 성인물 자료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1년 만에 폐업했다. 이때 못다 펼친 꿈은 그가 평생 사업을 꿈꾸는 계기가 됐다.
선임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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