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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대통령이 되려면 추풍령을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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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대통령이 되려면 추풍령을 넘어라"

입력
2011.10.07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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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되려면 추풍령을 넘어라."

대통령학의 귄위자인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의 '추풍령론'이다. 서울, 경기지역 출신 대통령 후보나 호남, 영남 출신의 대통령 후보 모두 그들의 인기가 추풍령을 넘지 못하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간명한 이론이다. 추풍령은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과 경북 김천시 봉산면의 경계에 있는 고개다. 남쪽에서 바람이 불건 수도권에서 바람이 불건, 추풍령을 넘지 못하면 힘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 추풍령론이 힘을 받을까.

역대 한국 대통령은 총 10명. 우선 가장 큰 특징은 이들 중 서울은 물론 경기 등 수도권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은 황해도 평산, 4대 윤보선 충남 아산, 5~9대 박정희 경북 구미, 10대 최규하 강원 원주, 11~12대 전두환 경남 합천, 13대 노태우 대구, 14대 김영삼 경남 거제, 15대 김대중 전남 신안, 16대 노무현 경남 김해다. 17대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지만 실질적으로 자란 곳은 경북 포항이다. 영남지역이 10명중 6명이다.

이들의 출신 고등학교를 분석해도 흥미롭다. 실업계고 출신이 가장 많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대구공고를 나왔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구공고를 다니다 경북고에 편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목포상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상고, 이명박 대통령은 동지상고를 나왔다. 10명 중 절반인 5명이 실업고를 다녔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배재학당, 윤보선 전 대통령은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다 중퇴했다. 박정희는 대구사범학교, 최규하는 경기고의 전신인 경성제일공립고등보통학교, 김영삼은 경남고를 졸업했다.

초기 4명의 대통령이 다 해외유학파라는 것도 흥미롭다. 이승만은 미국 조지워싱턴대와 프린스턴대 등을 거쳤고 윤보선은 영국의 에든버러대, 박정희는 일본 육군사관학교에서 유학했고, 최규하는 도쿄고등사범학교를 졸업했다.

한국에서 일반 대학을 졸업한 대통령은 두 명밖에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울대 철학과를 나왔고 이명박 대통령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단일 학교로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가장 많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학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국 역대 대통령의 표준은 '영남 출신으로 실업계고를 졸업하고 국내 대학을 나오지 않은 인물'이다. 특히 1980년대 이후에는 바닷가 출신이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등으로 다수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선에서 두 차례 맞붙었던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최고 학벌로도'상고 출신 비대졸자'들에게 쓴맛을 봤다.

함성득 교수는 "바닷가 출신 실업계고 졸업생 중에 대통령이 많이 나온 것은 그들이 척박한 삶을 살아오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했기 때문"이라며 "땅을 밟으면서 호연지기가 길러졌고 가난하게 살면서 권력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동기이론(motivation theory)'이다.

함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프랑스 등 유럽과는 달리 한 세대 만에 하층에서 상층으로 뛸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어 있다"며 "지역정서나 경제상황 등이 매우 동적이라 선거에서 감동을 줄 수 있는 드라마틱한 과정이 중요시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대선의 변수로 경남과 부산지역에 주목했다. 부산지역은 호남사람들이 주민의 15%에 이르고 제주도 사람들도 꽤 많다. 거기에 한국전쟁 당시 부산을 거쳐간 사람들이 많고 인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기 때문에 경남ㆍ부산에서 뜨면 다른 지역까지 아우를 수 있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강력한 대통령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어떨까. 함 교수는 "지금의 여론조사는 인지도 조사가 많고, 박 전 대표의 인지도가 높다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한다"면서"실제 선거에서 그대로 반영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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