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김중혁, 박민규, 윤이형, 백영옥의 공통점은?
국내 문단의 젊은 '블루칩' 작가들이란 것 말고 하나 더 있다. 모두 기자 출신 소설가다. 이미 인기를 얻은 작가들뿐이 아니다. 올해 한겨레문학상 등 신인을 대상으로 한 여러 문학상 수상자 역시 전ㆍ현직 기자다.
선우휘(조선일보), 염상섭(동아일보)을 비롯해 전통적으로 한국문학사에서 언론인과 작가를 병행한 사례가 많았다. 소설가 김훈은 한국일보 기자 출신이고, 고종석은 코리아타임스 등을 거쳐 한국일보 논설위원으로 재직했다. 작고한 소설가 김소진은 한겨레 기자였다.
1990년대 이후 한동안 맥이 끊겼던 기자 출신 작가들이 최근 문학계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다상(多賞) 작가로 불리는 소설가 김연수는 무명시절 출판전문지 '출판저널'과 인터넷 서점 웹진 '부커스'에 기사를 썼다. 그의 출세작인 은 출판저널 기자 시절에 기사체로 쓴 장편소설이다. 소설가 김중혁도 외식 전문잡지 'BEST RESTAURANT' 등 다양한 전문지를 거쳤고 등단 후 일간지 맛집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소설가 박민규는 월간지 '베스트셀러' 편집장을 하다 이외수의 권유로 작가가 된 경우다. '베스트셀러'는 90년대 후반부터 2001년까지 발행된 출판ㆍ문학잡지로 파격적인 사진과 구성방식으로 인디 문화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소설가 박상륭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하면서 작가의 장딴지 사진만 싣는다든지, 이외수 인터뷰 기사에 그의 뒤통수 사진만 보여주는 식이었다. 당시 함께 일하던 기자는 2007년 박인환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김민정이다.
소설가 윤이형은 2005년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소설가 이제하의 딸(본명 이슬)이며 영화전문지 '무비위크'의 기자라는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소설 로 세계일보문학상을 받은 백영옥은 패션지 '하퍼스 바자',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받은 김성중은 남성패션지 '맥심' 기자였다. 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이정명은 일요신문과 경향신문 문화부를 거쳐 패션잡지 '유행통신' 편집장을 지냈다.
갓 등단한 신인 작가 중에도 기자 출신이 여럿이다. 올해만 해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장강명이 동아일보 기자이고, 출판사 자음과모음이 주최한 제1회 네오픽션상 수상자 유현산은 주간지 '한겨레21' 편집팀장 출신이다. 민음사 계열인 비룡소가 주최하는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자 최상희는 '우먼센스' 등 여성잡지에서 패션기사를 썼다.
기자 출신 작가들이 늘고 두각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문학평론가 이명원씨는 "기자라는 직업적 훈련과정에서 체화된 감수성이 소설에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중지향적 글쓰기를 체화한 상태에서 소설을 쓰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이 보다 쉽고 친근하게 이들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다양한 취재 경험은 작가로서 든든한 밑천이 된다.
같은 기자 출신이라도 글쓰기에 세대별 차이가 드러난다. 김훈, 김소진 등 일간지 중견기자로 활동했던 기성 작가들의 문체가 스트레이트 형의 '정통적 문체'라면, 요즘 젊은 작가들의 문체는 훨씬 감각적이다. 이는 문단의 달라진 트렌드를 반영하기도 한다. 과거 기자 출신 작가들이 활동했던 때는 이른바 '본격문학'이라 불리는 순문학과 대중문학이 엄격하게 구분되고, 순문학에서 서사나 문체의 엄정함이 요구됐다. 반면 최근에는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의 경계가 없어지며 이 둘 사이 경계선을 타는 이른바 '중간문학'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박민규, 김중혁, 윤이형의 소설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들은 중간문학이라는 독특한 '포지셔닝'으로 이름을 알렸고, 작품성도 좋은 평가를 받게 됐다. 이명원씨는 "젊은 작가일수록 신문보다 영화, 패션 등 전문잡지 기자 출신이 많다. 하위문화 취향이 강조되는 최근의 문화계 흐름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