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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욕 권하는 사회, 욕하는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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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욕 권하는 사회, 욕하는 청소년

입력
2011.10.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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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욕'수준을 알려면 인터넷 게임방에 가보면 된다. 인터넷 게임을 하면서 그들이 내뱉는 욕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친구들에게는 욕이 일상어다. 초등학생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욕이 난무한다. 인터넷 게임방이 아니라'욕방'에 온 기분이다.

몰래 카메라로 찍어 방송을 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청소년들의 욕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니 전국 초중고 학생 74%가 학교에서 욕설을 사용한다고 한다. 학교라는 공간이어서 그 정도이지 싶다. 조사 장소가 인터넷 게임방이나 청소년끼리 모여서 노는 장소라면 100%를 기록했을 것이다.

욕을 하는 청소년들 중에서 전체 13%는'습관적'으로 욕을 하고, 19%는'자주'욕설을 내뱉는다고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조사는 더 충격적이다. 학생들은 평균 75초에 한 번 꼴로 욕설을 한다. 등교에서부터 하교까지 청소년들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욕을 하며 지낸다는 것이다. 대화의 기본이 욕이다.

욕이 인사고 욕이 의사 소통이다. 결국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욕을 배우고 욕을 생활화한다. 욕은 시대를 반영하다. 청소년들의 욕은 우리 사회가 '욕 권하는 사회'임을 보여준다. 내일이 565돌 한글날이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께서 살아오셔서 우리 청소년들의 욕 수준을 안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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