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계열 증권사나 보험사에 퇴직연금을 대거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13개월 새 적립금 규모를 500배까지 늘린 대기업 계열 증권사도 있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한구(한나라당) 의원이 7일 공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인 하이투자증권의 계열사 퇴직연금 적립금이 6월 말 현재 5,492억원으로, 지난해 5월 말(11억원)에 비해 500배나 치솟았다. 이 의원은 "하이투자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중 82.7%가 현대중공업 계열사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HMC투자증권의 계열사 적립금도 같은 기간 49억원에서 1조7,003억원으로 347배나 급증했다. 이 기간 현대차 계열사 적립금 비중은 12.8%에서 89.6%로 껑충 뛰었다. 롯데그룹 계열 롯데손해보험의 계열사 적립금도 28억원에서 2,245억원으로 80배 넘게 올라, 33.7%이던 계열사 적립금 비중이 무려 95.4%가 됐다. 삼성그룹 계열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계열사 적립금 비중도 각각 57.7%와 40.7%로 높은 수준이다.
대기업이 계열사에 퇴직연금을 몰아주면서 수혜를 받은 금융기관의 업계 순위도 수직 상승했다. 15개 대기업 계열 퇴직연금 사업자 중 HMC투자증권의 순위는 지난해 5월 말 12위에서 올해 6월 말 2위로 뛰었고, 하이투자증권도 꼴찌에서 6위로 껑충 뛰었다.
이 의원은 "대기업의 퇴직연금 몰아주기는 동일 계열사 간 부당이익 제공 행위이며, 타 사업자에 대한 경쟁제한 요인으로 불공정행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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