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파라 지역 주민의 휴대폰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먹통이 된다. 아프간 무장반군 탈레반이 그들의 휴대폰 기지국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외부와의 교류도 완전히 끊긴다. 수도인 카불 등 몇몇 곳을 제외한 자불, 헬만드, 팍티카 등 대부분의 지역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통적인 게릴라식 전술을 구사하는데 머물렀던 탈레반이 최근 아프간의 지역 휴대폰 기지국을 폭파하거나 민간 사업자들을 위협해 사용시간을 통제하는 등 새로운 전술을 펼쳐 정부군과 미군을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 이 때문에 2014년까지 아프간에서 철군을 완료하겠다는 미 행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4일(현지시간)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에 따르면 탈레반이 통신망 차단과 표적 암살 등 지능적인 수법으로 아프간 정부군과 서방 연합군을 교란해 주도권 탈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레반은 자신들이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민간 휴대폰 기지국을 폭파하거나 위협해 특정 시간대에 통신을 일제히 차단한다. 탈레반의 위치와 공격루트 등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다.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우리의 목표는 우리를 찾으려는 적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은 정부가 휴대폰 차단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지역의원은 "대부분의 지역이 탈레반의 영향력 아래에 있지만 시민들이 정부에 이를 얘기하거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새 전술은 무고한 시민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서방에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교육이나 사업개발 등 주민생활과 밀착한 이슈를 제기해 자신들이 정부를 대신해 책임 있는 대안세력이 될 수 있음을 과시한다. 무하마드 오마르 탈레반 지도자는 "탈레반 주도로 평화가 오면 잠재력이 많은 아프간 광산과 에너지 자원의 투자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가난과 실업, 무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선동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차별 자행했던 테러양상도 바꿔 요즘은 거점 지역이나 주요 인사를 겨냥해 집중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탈레반은 9ㆍ11테러 10주년 이틀 뒤인 지난달 13일 수도 카불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와 미 대사관, 국가안보지원군(ISAF) 본부 등 주요 시설을 로켓포로 공격했다.
여러 목표물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 것은 처음이다. 아프간 정부가 서방으로부터 치안권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저지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일주일 뒤인 20일에는 부르하누딘 라바니 전 아프간 대통령이 자택에서 암살됐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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