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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상주본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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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상주본 어디로 갔나

입력
2011.10.0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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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 (訓民正音 解例本)과 동일 목판본으로 밝혀진 경북 상주본 훈민정음 해례본(이하 상주본)의 행방이 묘연해 밀반출 또는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대법원은 6월말 상주본을 둘러싸고 3년간 계속된 원고 조모(66ㆍ상주시 복룡동ㆍ골동품업)씨와 피고 배모(48ㆍ상주시 낙동면ㆍ구속)씨 간 물품인도 청구소송에서 조씨 손을 들어줬으나 소지자인 배씨가 100일이 넘도록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과 법원은 8월말쯤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배씨로부터 상주본을 되찾기 위해 압수수색과 집행관 회수작업을 벌였지만 모두 실패했다. 대구지검 상주지청은 낱장으로 분리, 비닐에 보관한 것으로 알려진 상주본을 찾기 위해 8월30일 상주소방서 119구조대까지 불러 배씨 집을 압수수색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앞서 법원도 집행관을 통해 두 차례나 회수를 시도했으나 상주본을 찾지 못했다.

한편 배씨는 상주본을 훔친데다 해외 밀반출마저 우려되면서 문화재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배씨는 2008년 7월26일 조씨의 골동품 가게에서 30만원을 주고 고서적 두 박스를 구입하는 과정에 상주본을 몰래 끼워넣은 혐의다.

하지만 상주본은 당초 경북 안동의 광흥사에 있던 것으로 1999년 S씨가 불상 내부에 있던 것을 훔쳐 2000년쯤 조씨에게 판 것이어서 '장물아비' 격인 조씨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조씨도 상주본을 돌려받으면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상주본을 찾게 되면 원소유자인 광흥사 측에 돌려줄 방침"이라며 "사찰에서 국가에 기증할 의사를 밝히면 문화재청으로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한 문화계 인사는 "도난 당한 국보급 문화재를 놓고 3년간이나 법적 다툼을 벌인 당사자들이 장물아비와 절도범이라니 어이가 없다"며 "훈민정음 해례본의 훼손이 불 보듯 뻔한데도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검찰은 상주본이 국보 제70호이자 유네스코 기록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간송미술관 소장 안동본 훈민정음 해례본보다 보관상태가 훨씬 양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배씨는 13일 오전 10시 대구지법 상주지원 형사법정에서 첫 재판을 받게 되지만 상주본 은닉 장소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어 상주본을 둘러싼 숨바꼭질은 계속될 전망이다.

▦ 훈민정음 해례본은

조선 세종 28년(1446) 창제 반포된 훈민정음에 대해 왕의 명령으로 정인지 등 집현전 학사들이 중심이 돼 만든 한문 해설서다. 해설이 붙어 있어 <훈민정음 해례본> 혹은 <훈민정음 원본> 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전권 33장 1책의 목판본이다.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된 서울 간송미술관의 것이 유일했으나 2008년 상주에서 동일 판본이 발견됐다.

상주=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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