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10억원에 대한 기회비용적 손해를 지적하면서 2년간 받지 못하는 은행 이자(8,000만원)만 따지면 되지, 물가상승률까지 따지는 것은 두 번 계산되는 것 아닌가요.'(전세 대란 속에서 10억원이 넘는 고가 전셋집에 사는 사람들의 속사정을 다룬 한국일보 9월 30일자 '10억대 전세 사는 부자들 "집 못 사는 게 아니라 안 사는 거죠"' 제하 기사에 대한 @qoovoop님의 지적입니다.)
꼼꼼한 지적 감사합니다. 최근 언론에서는 전셋값 폭등으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보금자리를 이리저리 옮겨야 하는 '전세 난민'이야기가 잇따라 보도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 속에서도 어지간한 아파트를 사고도 남을 10억원 이상의 전셋집, 또는 월 1,000만원이 넘는 월셋집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더군요.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 궁금해졌습니다. 돈이 풍족한 사람들이 왜 남의 집 살이를 하는지 그 속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우선 기사에서 '전세 보증금 10억 원에 전세로 살면 은행 이자(4%)를 감안해 1년에 4,000만 원, 2년에 8,000만원을 손해 보며, 평균 물가상승률(4%)까지 얹으면 또 다른 8,000만원, 그래서 2년간 총 1억 6,000만 원이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qoovoop님도 아시겠지만 전세금은 세입자 입장에선 목돈을 장롱 속에 묵혀두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10억 원짜리 전세에 살 때 감당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독자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전달하기 위해 예시를 들었습니다.
@qoovoop님의 지적대로 10억 원을 은행에 예치하고, 동시에 장롱에 묻어둘 수는 없기 때문에 손해는 둘 중 한 곳에서만 발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4%로 2년간 상승한다면 2년 후 돌려받는 10억 원은 계약 당시의 실질구매력을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8% 이상 실질가치가 줄어들게 됩니다. 여기서 '8% 이상'이라고 한 것은 복리의 마력 때문입니다. 만일 물가상승률이 계속 4%로 유지되는 세상에서 10억 원짜리 전셋집에 산다면 전셋값이 전혀 오르지 않아도 집주인에게 맡겨둔 돈 10억은 18년 후 그 실질가치가 절반으로 줄어들 만큼 복리의 마력은 강력합니다. 이같은 점을 강조하기 위해 10억 원짜리 전셋집에 사는 것에 대한 2년 간의 기회비용을 10억원을 2년간 정기예금에 가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와 물가상승 때문에 저절로 사라지게 되는 돈의 가치를 합산해 계산한 것입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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