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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과실·약재·꽃이 술과 만났다… '우리집표 웰빙주' 익어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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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과실·약재·꽃이 술과 만났다… '우리집표 웰빙주' 익어가는 중

입력
2011.10.0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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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 대량생산품에 지친 미각이 파드득 미뢰를 일으키며 격렬하게 반응한다. 지금 여기에밖에 없는 나만의 술. 곱고 예쁜 재료만 골라 정성껏 담근 담금주 한 잔이 주는 쾌락이다. 코끝을 찌르는 술향기가 어릴 적 댓병들이 소주 심부름을 다니던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 젊었던 엄마는 매실이며 모과며 잔뜩 따다가 콸콸콸 소주를 부어 과실주를 담그곤 했었지.

웰빙바람 때문일까. 구닥다리로 여겨졌던 ‘홈메이드 담금주’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주5일 근무제로 인해 여가 활용이 일반화한 데다 취향들이 다양해지고 개성화하면서 최근 몇 년 새 담금주 동호회나 담금주 강연 등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중장년층의 약주라는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젊은 주부들이 술의 ‘DIY 시대’를 이끌고 있다는 것도 특이한 점.

자기만의 취향을 살릴 수 있는 ‘맞춤형 술’ 담금주는 가족 모임이나 특별한 날에 맞춰 미리 준비해두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성도 돋보인다. 특히 가을은 술을 담그기에 좋은 철이다. 약재면 약재, 과실이면 과실, 꽃이면 꽃, 어떤 재료든 좋다. 권이영 국순당 연구원과 함께 세 가지 담금주를 만들어봤다. 그냥 재료에 소주 부으면 끝나는 것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일반 소주보다 도수 높은 소주로

최근 몇 년간 순한 소주가 대세를 이루면서 25도였던 소주 도수는 15.5도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목넘김이 편한 이런 저도주로 담금주를 만들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20도 미만의 소주는 시일이 지나면 담금주 속 재료로 인해 산패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먹다 남은 술로 담금주를 만들면 알코올이 날아가버려 도수가 더 낮아지므로 십중팔구 술에 곰팡이가 핀다.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담금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소주는 알코올 함량이 25%가 넘어야 한다. 특히 수분이 많은 과일로 술을 담글 때는 30% 이상의 고도주를 사용해야 한다. 과일에서 빠져나온 수분이 알코올 함량을 낮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인삼이나 더덕 같은 약재를 이용할 때는 25도의 저도수 소주로, 사과나 모과, 매실 등 수분 함량 90% 미만의 과일을 이용할 때는 30도 정도의 소주를 쓰면 좋다. 포도처럼 수분 ?량이 90%를 넘는 과일이나, 장기간 보관할 좋은 약재를 이용할 때는 변질되지 않도록 35도의 고도주를 쓰면 된다.

최근에는 담금주 수요를 겨냥해 담금주 전용으로 나온 소주들도 있다. 술병 안에 바로 과일이나 약재를 넣기만 하면 되도록 담금주 용기 형태에 도수를 다양화해 내놨다.

재료에 쇠칼 대면 안돼

담금주의 주요 테마를 골랐다면 재료를 세심하게 준비한다. 재료에 이물질이 묻어 있을 경우 부패하기 쉬우므로 꼼꼼히 살펴보고 흙이나 먼지는 솔을 이용해 말끔히 털어낸 후 씻고 말려서 쓴다. 특히 과일처럼 물기가 많은 재료를 자를 때는 쇠칼을 쓰지 않는 게 중요하다. 권 연구원은 “쇠칼의 철 성분이 들어가면 침전물이 생기거나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므로, 반드시 대나무칼이나 세라믹칼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일은 신선한 것을 사용하되 재료에 따라 덜 익거나 완숙된 것을 구분하여 담근다. 포도는 싱싱하면서 신맛이 강한 것이 좋고, 모과는 충분히 잘 익은 것이 좋다. 열매와 씨앗은 통째로 담그는데, 부수거나 썰어서 담글 경우 술이 혼탁해져 보기에 좋지 않고 술맛도 거칠어질 수 있다.

국화 등 꽃을 이용한 화주를 담글 때는 반쯤 핀 것을 고른 후 꽃잎을 한 장씩 씻어서 깨끗한 거즈로 물기를 제거해 사용한다.

입구 넓은 용기에 담고 간간이 흔들어라

용기는 입구가 넓고 밀폐할 수 있는 유리병이 좋다. 유의할 점은 용기에 다른 냄새가 배어 있으면 맛과 향이 변질될 수 있다는 것. 냄새가 빠지도록 깨끗이 씻어 물기를 없앤 후 사용해야 한다.

술을 담근 후에는 입구를 밀봉해 15~20도 정도의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데, 용기 표면에 재료명, 제조일자 등을 적어 놓으면 나중에 관리하기 편하다. 기호에 따라 꿀이나 설탕 등을 넣어 단맛을 내는데, 요즘은 재료 고유의 맛을 느끼기 위해 넣지 않는 것이 트렌드다. 권 연구원은 “미리 단맛을 내놓으면 알코올 도수를 맞추기가 힘들다”며 “단맛을 더하고 싶다면 술을 만들 때 넣지 말고 마실 때 넣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중간 관리 과정도 중요한데, 이때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것은 약재주다. 우선 술을 붓고 반나절 정도 지난 후 흔들어 술과 약재가 잘 섞이도록 한다. 이후 2,3일에 한 번씩 흔들어주는데, 너무 심하게 흔들면 재료들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성분이 변하고 맛이 떨어지므로 주의한다. 약재의 형태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두 달 후 약재는 빼내고 술을 맑게 걸러서 용기에 다시 담아 한달 정도 숙성시키면 된다.

◆포도주

-적포도 2.5㎏, 35도 소주 3.6리터

-최종도수: 약 21도

-싱싱한 포도를 골라 알알이 떼어 깨끗이 씻는다. 물기를 뺀 포도알을 용기에 넣은 후 소주를 붓고 밀봉해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2개월 후 포도를 건져내고 거즈로 걸러 1개월을 더 숙성시킨 후 마시면 된다. 포도는 비교적 수분이 많은 과일이므로, 낮은 도수의 술로 담그면 변질될 우려가 있다. 또 햇빛은 산화의 원인이 되므로, 반드시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둔다. 보관 중 재료의 맛이 잘 우러나오도록 가끔씩 흔들어준다.

◆더덕주

-재료: 더덕 1㎏, 25도 소주 3.6리터

-최종 도수: 약 20도

-더덕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없앤다. 더덕 사이에 낀 흙은 솔로 깨끗이 털어내야 나중에 불순물이 생기지 않는다. 더덕을 손으로 뚝뚝 부러뜨린 후 유리병에 담고, 25도의 소주 혹은 담금 전용주를 붓는다. 밀봉하여 서늘한 곳에 보관하다가 6개월 후 더덕은 건져내고 술만 2개월 더 숙성시킨 후 마신다. 단맛을 내고 싶으면 마실 때 기호에 따라 꿀이나 설탕을 넣는다.

◆국화주

-말린 국화꽃 100g, 25도 소주 1.8리터

-최종 도수: 약 24도

-국화는 깨끗이 씻어 말린 것을 쓴다. 병에 국화꽃을 넣고 소주 혹은 담금 전용주를 붓고 밀봉한다. 2개월 정도 지나면 마실 수 있다. 꽃잎을 건져내고 술만 따로 보관할 수 있으며, 오래 보관할수록 맛이 순해 마시기 편해진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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