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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2세 미국 NBC 부사장 에드윈 정 방한/ "한국 드라마 해외 진출, 하이콘셉트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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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2세 미국 NBC 부사장 에드윈 정 방한/ "한국 드라마 해외 진출, 하이콘셉트에 달렸다"

입력
2011.10.0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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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이나 한(恨)의 정서 같은, 보통 미국인들이 공감하기 쉽지 않은 주제가 많아요. 해외 시장을 노린다면 맞춤형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 NBC 방송의 프라임 타임 편성책임자 겸 선임 부사장인 재미동포 2세 에드윈 정(35)씨는 드라마의 해외 진출을 위해 '하이콘셉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적인 이해나 웃음 코드는 나라나 인종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하이콘셉트는 그런 장벽도 넘을 수 있는, 예를 들어 호러, 미스터리, 액션물 같은 거죠. 스토리를 따라가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장르가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는 영화 '올드보이'가 해외에서 인기를 끈 건 누가 봐도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 스토리의 힘이었다고 덧붙였다.

정 부사장은 한국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활약중인 한국계 전문가를 초빙해 5일 열린 '2011 코리안 아메리칸 인 할리우드 멘토 세미나' 참석차 방한했다. 세미나에는 그를 비롯해 abc 방송 수석 부사장 켈리 리, 파라마운트픽처스 부사장 제이 킴, 워너브라더스 수석 부사장 준 오 등 11명이 참여했다.

세미나 이후 만난 정 부사장은 "한국 제작자들이 '아저씨',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웰메이드 영화를 만들 정도로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참신한 스토리만 개발한다면 해외에서도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미국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TV나 영화를 열심히 보다 보니 자연스레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관심이 갔다"는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과 정치학을 전공한 후 디즈니에서 재정 담당자로 업계에 발을 디뎠다. '레인 맨'의 베리 레빈슨 감독 밑에서 무보수 인턴으로 일하며 밑바닥부터 실력을 다졌고, 제작ㆍ기획 능력을 인정받아 2002년 NBC로 옮겼다. 2009년에는 '할리우드 리포터'가 선정한 '35세 미만의 영향력 있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간부'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 배우들의 미국 진출 가능성을 묻자 그는 "영화 '지.아이.조'가 '타이타닉'만큼 성공했다면 이병헌은 대스타가 됐을 것"이라며, 배우의 자질보다도 영화나 드라마가 얼마나 인기를 끄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드라마 '로스트'의 높은 인기 덕에 김윤진이 큰 기회를 잡은 것처럼 "한방을 터트릴 수 있는 운도 많이 좌우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풀하우스' '가을동화' '내이름은 김삼순' 등을 재미있게 봤다는 그는 오래 시청자를 붙들 수 있는 시즌제 드라마 제작이 활성화되지 않은 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스토리 안에서 점진적으로 캐릭터가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시즌제를 선호한다"며 "한국드라마는 대개 16부작이어서 극 전개가 너무 빠르고, 내용도 감정선 위주로 흘러 '빅 스토리'를 원하는 미국인들의 흥미를 끌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해외 시장을 뚫을 수 있는 철저한 맞춤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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