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찰총국에 포섭돼 보수단체 대표를 독침으로 살해하려 한 탈북자가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대북전단 살포 운동을 벌인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에게 북한 정찰총국의 지령으로 독침 테러를 시도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탈북자 출신인 ㈜남북경협 전 이사 안모(54)씨를 구속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달 3일 오후 3시쯤 "일본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돕기로 한 사람이 있으니 만나자"며 박 대표를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3번 출구로 불러내 미리 준비한 독침으로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테러 첩보를 입수하고 박 대표 대신 약속 장소에 나가 안씨를 체포하고 독침 등을 압수했다.
국정원과 검찰 조사 결과 안씨는 남북경협 사업을 위해 몽골 주재 북한 상사원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에 포섭돼 올해 4월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와 함께 망명한 김덕홍 전 여광무역 대표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안씨는 공작원으로부터 독총 2정과 독침 1개, 독약캡슐 3정을 받고 국내에 입국했다. 안씨가 소지한 독총은 만년필 모양의 단발형과 손전등형 두 종류로 탄두 칼날이 몸에 박히면서 맹독물질이 주입돼 호흡정지나 심장마비를 일으키도록 제작됐다. 볼펜 모양의 독침은 뚜껑을 돌려서 찌르는 방식으로 독약을 주입시키고, 독약캡슐은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3배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찰총국은 그러나 김 전 대표에 대한 신변보호 강화로 암살이 어렵게 되자 테러 목표를 박 대표 등 탈북자 출신 반북단체 간부로 변경하고 우선 박 대표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내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안씨는 암살 준비자금으로 미화 1만2,000달러를 송금받아 암살 날짜와 장소, 방법은 물론 암살 후 사체유기 장소까지 물색했다. 또 암살 다음날 베트남으로 달아나려고 미리 항공권을 구매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정찰총국은 안씨가 가족을 북한에 남겨두고 탈북한 점을 이용해 암살에 성공하면 특별수용소에 있는 가족을 평양에서 살게 해주고 안씨 사업도 지원해 주겠다고 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북한이 고정간첩이나 남파간첩을 이용하는 대신 탈북자에게 접근, 경제적 보상과 북한에 남겨진 가족의 처우개선을 미끼로 반인륜적 테러를 시도하고 있다"며 "반북인사의 신변보호를 강화하고 탈북자들이 북한의 테러도구로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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