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이 상실되면서 지분 매각이 불가피해졌고,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도 유력해졌다. 론스타가 국내에 입성한 2003년 8월 이후 8년 넘게 끌어온 공방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배당 및 지분 매각 등을 통해 5조원 이상의 순익을 챙길 수 있게 돼 '먹튀'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6면
서울고법 형사10부(조경란 부장판사)는 6일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합병에 앞서 외환카드 허위 감자설을 유포해 주가를 떨어뜨린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로 기소된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벌금 42억9,5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또 론스타가 외환은행 소유를 위해 설립한 법인인 LSF-KED홀딩스SCA에 벌금 250억원을 선고했다.
법원이 유 전 대표는 물론 론스타 법인에까지 유죄를 선고함에 따라 론스타는 '금융관련법령을 위반해 처벌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은행법의 대주주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51.02%) 중 한도(10%)를 초과하는 41.02%에 대해 의결권을 정지한 뒤 주식매각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금융위는 "주식 처분 방식에 대해서는 법리 검토와 함께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관련법령에 근거 규정이 없어 주식매각 명령을 내릴 때 처분 방식과 가격 등을 특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작년 11월 체결한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승인하는 쪽으로 결정이 날 게 확실시된다.
물론 변수는 있다. 대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론스타 측이 법원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할 수도 있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론스타가 국제적 범법자로 낙인 찍히지 않기 위해 법원 판결을 수긍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재상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체결한 외환은행 매매 계약의 높은 가격도 걸림돌이다. 하나금융은 7월 론스타 지분을 주당 1만3,390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지만, 외환은행 주가는 이날 현재 7,280원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대로 계약을 체결한다면 국부유출 논란이 일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시간을 두고 론스타 측과 접촉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단체의 '먹튀' 공세도 부담이다. 금융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강제매각 명령으로 론스타가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긴다면, 그것은 벌(罰)이 아니라 상(賞)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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