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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대규모 시위/ 美진보진영 "월가 시위대를 티파티 대항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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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대규모 시위/ 美진보진영 "월가 시위대를 티파티 대항마로"

입력
2011.10.0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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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시위가 보수주의 유권자 단체인 티파티에 대항하는 진보세력의 결사체로 발전할 수 있을까. 월가 시위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09년 등장한 티파티 운동과 유사한 양상으로 전개되자 제기되는 물음이다.

월가 시위의 시작은 단출했다. 실직한 젊은이 몇몇이 월가 근처 주코티 공원에 모여 스트레스를 푸는 정도에 불과했다. 시위가 세를 불려갈 때도 미 주류 사회는 시위를 흥미로운 이벤트 정도로 생각했다. 시위대를 이끄는 구심점도, 정교한 정책도, 심지어 분노를 관통하는 일관된 철학도 없었기 때문이다. 큰 정부를 기조로 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회생안에 반발, 감세와 재정적자 감축 등을 요구했던 티파티가 처음에는 중앙지도부 없이 느슨하게 출발했던 것과 비슷하다.

3주째 접어든 월가 시위는 여전히 자유분방하다. 그러나 시위는 미 전역으로, 해외로 들불처럼 번질 기세다. 페이스북에 등록된 동조 모임만 23만건을 넘어섰다. 상황이 급변하자 구경꾼에 머물던 조직과 단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조가 시위대에 가세하고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the Wall Street)’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린다.

OWS가 금융자본의 탐욕과 사회적 불평등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OWS를 풀뿌리 시민운동의 원조격인 티파티의 대항마로 키우자는 것이다.

미 장애인 복지재단인 루즈벨트 재단의 마크 슈미트 수석 연구원은 “오랫동안 티파티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봤던 진보주의자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고 말했다.

어수선해 보였던 티파티는 지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내년 대선 구도도 바꾸는 보수세력의 최대 정치조직으로 성장했다. 지부만도 2,80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의회 중간선거에서 하원의원을 40명 이상 당선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의 패배로 끝난 8월 국가부채 한도 증액 및 재정적자 감축협상은 티파티의 위력을 보여준 상징적인 예다.

진보진영은 OWS에서 이런 티파티의 역할을 기대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환경담당 특보를 지낸 밴 존스은 “OWS는 티파티의 전략을 훔쳐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그는 “티파티는 리더 없이 개별적으로 떠들지만 일사분란하게 행동한다. 반면 우리(진보진영)는 같은 목소리를 내지만 전략은 중구난방이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OWS 시위대는 1960년대 신좌파 운동에서 미래를 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정치에 무관심했던 대학생들은 민주사회학생연합(SDS)란 조직을 만들어 빈자의 삶에 투신했다. ‘행동하는 민주주의’를 표방한 신좌파 운동은 60년대 반전운동과 민권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환경ㆍ평화운동 등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가디언은 “불평과 감정적 호소를 할 시기는 지났다”며 “오바마 정부의 관심을 끌려면 티파티의 경쟁 상대로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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