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빛을 보기 전 누구나 엄마 뱃속에서 여러 달을 지낸다. 엄마에게도 태아에게도 아이를 기다리는 가족들에게도 마법 같은 시간이다. 그 기간 동안, 그리고 그 직후에도, 온 신경이 아이에게 집중된 나머지 임산부는 자신에게 자칫 소홀하기 쉽다. 일반적인 임신 개월 수인 10이 중복되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임산부 건강을 위해 바로 잡아야 할 오해들을 짚어봤다.
튼살, 출산 후 다 없어져?
임신 기간 동안 여성의 몸은 다양한 변화를 겪는다. 그 중 하나가 튼살이다. 임산부의 50~90%가 경험할 만큼 흔하다. 임신ㆍ출산을 하면 갑작스럽게 살이 찌거나 빠지기 때문에 살이 트는 건 자연적인 현상이다. 많은 임산부가 아이를 낳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튼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출산 후에도 튼살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평소 피부가 건조한 임산부라면 살 터짐이 더 심할 수 있다.
임신 기간 살이 주로 많이 찌는 곳은 배와 엉덩이, 가슴 쪽이다. 이런 부위는 임신 초기부터 주의 깊게 살피면서 보습제를 꼼꼼하게 발라주며 미리 예방하면 튼살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튼살이 나타나려는 부위는 초기에 피부가 붉은색이나 보라색을 띤다. 초산인 경우엔 배 주위에 작고 빨간 반점이 생기면서 가려워지는 임신성소양증이 생기기도 한다. 임신 때문에 간에 담즙이 차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임신성소양증을 겪는 많은 임산부가 뱃속 아이에게 혹시 안 좋은 영향을 줄까 약을 피하거나, 아이에게 아토피피부염이 생기는 건 아닐까 노심초사한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노미령 교수는 "임신성소양증으로 태아에게 아토피피부염을 물려줄 가능성은 없다"며 "가려움증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오히려 태아에게 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의사와 상담해 항히스타민제를 먹고 약을 바르면 증상이 서서히 없어진다고 노 교수는 덧붙였다.
기미와 탈모도 임산부가 겪는 흔한 피부질환이다. 여성호르몬이나 영양상태의 변화 때문에 생긴다. 특히 임신 후반기가 되면 기미가 급격히 늘어난다. 임신 초기부터 미리 SPF30 이상의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모자나 양산으로 햇빛에 많이 노출되는 걸 피하면 발생을 줄일 수 있다.
탈모는 보통 출산 후 2개월 뒤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은 일시적인 현상이니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염색약이나 스프레이, 파마약 같은 모발용품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출산 후 9개월 정도 되면 탈모는 자연적으로 줄어든다.
모유수유 자연피임?
아이를 낳고 나서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에는 무조건 자연적으로 피임이 된다고 생각하는 산모들이 많다. 모유수유 기간 중엔 뇌하수체에서 유즙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이 나와 배란이나 생리 등을 조절하는 다른 호르몬의 작용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자연피임 효과는 3개월부터 1년 6개월까지 사람마다 차이가 매우 크다.
실제로 출산 후 첫 생리를 확인하기도 전에 둘째가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음에 태어날 아이와 산모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출산 후 터울을 18개월 이상 두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2~5년 터울을 권하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우울증, 단순 마음의 병?
산모의 75~80%가 분만 후 첫 주 안에 우울함을 느낀다. 기분이 안 좋고 잠이 잘 오지 않고 불안해지고 밥 생각도 없고 피곤해진다. 단순한 심리적 변화라고 여기기 쉽지만 호르몬 변화 때문에 나타나는 생리적인 현상인 경우도 많다. 임신 중에 많이 분비되던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줄면서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분만 6개월 안에 좀더 심한 산후우울증을 겪는 산모도 5~25%나 된다.
산후우울증은 산모 자신뿐 아니라 신생아의 인지능력이나 가정 발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특히 출산 후 2주 정도까지는 남편과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산모관리인 등 주변의 배려가 매우 중요하다. 심하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 "온돌방에서 땀 뻘뻘… 오히려 건강 해칠 수도"
아이를 낳으면 무조건 뜨끈뜨끈한 방에서 이불 덮고 누워 있어야 하는 게 한국식 산후조리법이다. 산모는 더워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래야 몸이 회복된다고들 믿는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꼭 그럴 필요가 없다.
"힘들다 느끼면서 무리하게 뜨거운 방에서 계속 지내는 건 오히려 몸에 좋지 않습니다. 몸이 지쳐 있으니까 방 온도를 평소보다 좀 따뜻하다 싶을 만큼 유지하는 정도면 됩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김선행 이사장(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누구나 그래야 한다고 알고 있는 국내 산후조리법에는 명확한 의학적 근거가 없고 오히려 산모의 건강에 좋지 않을 때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이사장은 "아이를 낳은 직후엔 뼈에서 칼슘이, 혈액 속에서 각종 영양분이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이를 보충하기 위해 삼시 세끼 미역국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도 의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역국 많이 먹는다고 나쁠 건 없지만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칼슘을 비롯해 출산으로 부족해진 영양분은 꼭 미역국이 아니라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산후조리원 등에서 특정 운동을 권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의학적으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출산 후 3~6개월까지인 산욕기(産褥期)에는 몸 상태가 보통 사람과 달라 산후조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골고루 잘 먹고 충분히 쉬고 적당히 운동하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단 모체의 생식기관이 분만 때 상태에서 정상으로 되돌아 오는 기간인 산욕기의 빈혈은 신경 써야 한다. 김 이사장은 "적잖은 산모들이 출산 후 철분제 복용을 중단하는데 출산 후 두 달 정도까지는 계속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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