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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티브 잡스의 사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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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티브 잡스의 사생관

입력
2011.10.0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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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전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임종 순간이 뭉클 가슴에 닿는다. 유족들은 성명을 통해"스티브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어떤 삶을 살았든지 가족들에 둘러싸여 평화롭게 생을 마감하는 것은 한 인간이 마지막으로 누리는 축복이자 존엄이다. 이 시대 최고의 CEO로서 이룬 것과 가진 것이 많았던 그였다. 하지만 삶에 전혀 집착과 미련을 보이지 않았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응시하면서도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던 말년의 모습은 혁신정신과 창조적 업적과는 또 다른 메시지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 잡스가 2005년 6월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한 연설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명연설로 꼽힌다. 무엇보다 "죽음은 삶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한 대목은 죽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 말대로 죽음은 헌 생명이 새 생명에 자리를 내주는 과정이며 생명이 영원히 이어지게 하는 장치다. 췌장암 선고를 받고 죽음 직전까지 갔던 경험이 이런 깨달음을 갖게 했을 법하다. 젊은 시절부터 심취했던 동양사상, 특히 선불교적 철학도 삶과 죽음을 초연하게 여기는 그의 사생관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 미혼모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집에 입양돼 성장한 사연과 대학 중퇴 후 애플 창업에 뛰어들어 거둔 성공과 좌절, 영광이 교차한 그의 삶은 예언자적 숙명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는 채식주의자였으며 금욕적이며 은둔적인 생활을 고집했다. 다분히 종교적 영성이 깊게 느껴지는 삶이다. IT업계의 위대한 구루(스승)라는 호칭도 전혀 낯설지 않다. 하지만 종교적 신비주의나 현실 도피주의로 빠져들지 않았다. 인간을 중시하는 인문주의의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세상에 내놓은 걸작품들은 모두 기술과 인문주의를 결합한 결과였다.

■ 잡스는 그리스 고대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열렬한 신봉자였다."만일 소크라테스와 점심식사를 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가 가진 모든 기술을 줄 수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가 인문학을 중시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그의 정신세계에서는 종교적 영성과 철학, 인문주의가 조화를 이뤘다. 이것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최고의 혁신을 이뤄낸 바탕이었다. 그는 고난과 역경이 성장과 발전의 통로임을 온몸으로 증명하기도 했다. 그의 삶과 죽음은 삭막한 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큰 깨우침이자 따뜻한 위로다. IT시대의 현자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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