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떠났다. 애플의 새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췌장암 투병 끝에 숨진 그를 기려 "세계는 경이로운 한 인간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잡스는 이제 '전설'이 됐지만, 우리에겐 거대한 전장(戰場)을 남겼다. 글로벌 스마트폰 대전이다.
삼성전자는 그의 사망 직전 프랑스 파리 법원 등에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4S'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잡스가 4월에 시작한 애플의 잇단 특허 공세에 전면적인 대반격을 감행한 셈이다. 이동통신기술 특허의 강자인 삼성과 디자인 및 소프트웨어 강자인 애플의 특허전쟁은 올해에만 약 150조원 규모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을 다투는 경제전쟁이자, 잡스 이후 글로벌 정보기술(IT) 혁신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 하는 다툼이 된 셈이다.
삼성은 지난달 애플의 제소로 주력 제품인 '갤럭시탭'이 독일에서 판매 금지를 당할 때까지 방어적 입장을 취해왔다. 애플이 연간 8조5,000억원에 달하는 삼성의 반도체와 LCD 등을 사가는 최대 고객인 점을 감안해 '협력적 경쟁'을 모색한 듯하다. 하지만 캘럭시탭에 이어 이달 중순부터 갤럭시Sㆍ갤럭시S2의 네덜란드 판매까지 금지될 상황에 빠지자 전면전을 각오하게 된 것이다.
승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은 현재 1만1,500여건의 글로벌 이통기술 특허를 출원해 관련 기술에 약한 애플이 어떤 스마트폰을 출시하더라도 삼성의 특허망을 벗어나기 어렵다. 반면 애플은 디자인과 함께 '멀티터치' 기술 같은 첨단 소프트웨어 특허로 삼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난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 18.5%, 삼성 17.5%였다. 이번 국면이 유리하게 전개될 경우 삼성은 글로벌 1위로 순항할 수 있는 반면, 최악의 경우 애플의 부품 구매중단 및 특허분쟁 손해배상액 등 약 70조원의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잡스의 지성과 열정, 혁신을 향한 불굴의 에너지는 한 뛰어난 인간에 대한 전설로 남을지 몰라도, 그가 남긴 전장은 우리에게 냉엄한 현실이다. 삼성이 난관을 뚫고 글로벌 IT 혁신의 중심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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