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의 원인을 제공했으면서도 자신들은 정부의 막대한 구제금융의 혜택 속에 고액 연봉을 받는 금융인들에 대한 분노가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전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금융회사들의 '탐욕적 행태'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와중에 국내 은행들은 대출금리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낮춰 사상최대 이익을 구가 중이고, 증권사들은 폭락장에서도 매매수수료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며 임직원들에게 천문학적 월급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1회계연도(4월~) 이후 10대 대형 증권사의 등기이사 평균 월급은 4,735만원이다. 특히 삼성증권은 2008년부터 3년간의 장기 성과급이 지난 4~6월 급여에 반영돼 1인당 평균월급이 2억6,767만원에 달했다. 1인당 7억여원인 성과급을 제외하더라도 평균 월급이 7,850억원으로 증권사들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은행은 더 많이 받는다. 외환, 기업, 우리, 국민, 하나은행 등 5개 금융회사 등기이사의 평균 월급은 5,757만원이다. 이중 하나은행(9,900만원)과 외환은행(7,100만원)은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임원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거액 봉급자다. 10대 증권사 직원 1인당 평균 임금은 661만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LG화학 등 대표 수출기업들의 평균 503만원보다 높은 액수다.
하지만 고액을 받는 것에 비해 생산성은 이들 수출기업보다 현격히 낮았다. 2011회계연도 들어 10개 증권사 직원들의 1인당 월 평균 순이익은 527만원인데, 이는 같은 기간 5개 수출기업들의(1,635만원)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시중은행 5곳의 1인당 평균 순이익은 1,243만원으로 증권사보다는 많았지만, 수출기업들에 비해선 역시 크게 뒤처졌다.
이처럼 금융기관들의 생산성이 낮은 것은 아직도 은행은 예대마진, 증권사는 거래수수료 같은 낡은 수익구조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손쉽게 번 돈으로 임직원들은 흥청망청 연봉잔치를 벌이는 행태가 경제위기 와중에도 변하지 않자 결국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경기침체 기미가 보이자 미리 대기업에게만 대출을 늘리고 정작 돈이 급한 중소기업 대출은 줄이는 영업행태로 오히려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9월 29일 기준)은 60조 2,154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 2,519억원이나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3,252억원 줄어 208조1,169억원을 기록했다. 은행들은 "경기 불안 시기에는 예금자 보호를 위해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사업성은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기업이 작으면 무조건 대출을 꺼리는 후진국 수준의 영업행태가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서민을 상대로 한 금리 장사에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당국의 대출억제 압박을 대출이자는 올리고 예금이자는 낮추는 방식으로 고스란히 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며 자신들은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의 잔액기준 예대마진(대출이자-예금이자)은 2008년 2.61%포인트에서 2009년 2.80%포인트, 2010년 2.85%포인트로 계속 늘어났고, 올해 들어서는 2.90%포인트를 넘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대출금리는 그대로 두면서도 예금금리를 많이 내리고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대출금리를 많이 올리면서도 예금금리는 찔끔 상향 조정하는 식으로 손쉬운 영업방식에만 매달려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 역시 쉽게 돈을 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 대우, 우리투자, 키움, 대신, 현대 등 6개 증권사의 1분기 순수익에서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42%에 달했다. 주식 투자자들은 주식을 사고 팔 때마다 매매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증권사들로선 주가가 오르건 내리건 늘 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주가가 폭락해 개인투자자들이 투매(投賣)에 뛰어들면서 주식거래가 늘어나자 수수료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증권사들이 20~30년 넘은 낡은 수익구조 안주하지 말고 업무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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