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무성하던 박종훈(52) LG 감독의 중도 하차설이 6일 결국 현실화됐다.
박종훈 LG 감독이 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박 감독은 이날 오후 삼성과의 잠실 최종전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진한 성적에 책임을 지고 오늘을 마지막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LG는 이날 오전 박 감독이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고, 홈팀 훈련에 앞서 선수단 미팅을 소집해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제 야구계의 관심은 차기 감독에 쏠려있다. 이미 여러 후보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인 선동열(48) 전 삼성 감독과 김기태(42) LG 수석 코치가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값과 검증된 역량만 놓고 보면 '재야'인사 중 선 전 감독만한 인물은 없다. 이웃집 두산 사령탑 후보에도 이름을 올릴 만큼 '감독 시장 최대어'로 꼽힌다. 선 전 감독은 삼성 사령탑 시절 4년간 한국시리즈 우승 두 차례와 준우승 한 차례를 이끌며 능력을 인정 받았다. 특히 '국보 투수'출신답게 치밀한 마운드 운용을 앞세워 삼성의 철벽 불펜을 탄생시킨 '지키는 야구'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고질적인 불펜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LG로서는 더 없이 구미가 당기는 카드다. LG는 2004년에도 선 전 감독 영입을 한 차례 시도했다. 거의 계약 성사단계까지 갔지만 선 전 감독이 삼성행을 택하면서 LG는 이순철 코치의 내부 승격으로 선회했다. 바로 이 점을 LG행의 최대 걸림돌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게다가 '재계 라이벌' 삼성이 '버린 카드'를 채 1년도 안돼 사령탑으로 영입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선 전 감독이 '외부 수혈 1순위'로 꼽히고 있다면 유력한 내부 승격 인사로는 김기태 수석 코치가 거론되고 있다. 김 코치는 박 감독이 부임할 당시 구단의 '삼고초려'끝에 요미우리 2군 코치에서 LG 2군 감독으로 이적했다. 당시 LG가 김 코치에게 '차기 감독 보장'이라는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는 설도 있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순철 전 감독 이후 잇단 외부 영입으로 실패를 맛봤던 LG 구단 내부에서는 그나마 2년간 1, 2군을 경험한 김 코치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게 '안전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있다. 외부 인사가 지휘봉을 잡을 경우 또 다시 처음부터 선수단을 파악하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코치가 2군 감독 시절 보여준 탁월한 선수단 장악 능력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반면 부족한 경험은 약점이다. 역시 초보였던 전임자의 실패가 김 코치의 내부 승격을 가로막을 수 있다. 그러나 올시즌 류중일 삼성 감독, 양승호 롯데 감독, 이만수 SK 감독 대행 등 1~3위팀 사령탑이 모두 초보임에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점은 오히려 김 코치에게 플러스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김성근(69) 전 감독의 복귀설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의 '4강 청부사'로 김 감독만한 인물이 없다는 야구계 평가다. LG가 마지막 가을잔치에 진출했던 지난 2002년 팀을 이끌었던 주인공이 바로 김 전 감독이다. 박 감독의 전격 사퇴가 있기 전날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김 전 감독의 복귀가 확정됐고, 계약서에 사인까지 했다는 루머가 떠돌았다.
LG 관계자는 "이제부터 자천타천으로 후보들을 압축해 면밀한 검토를 할 예정"이라면서 "감독 교체를 결정한 만큼 후임 감독 인선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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