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완공하고도 개통을 못한 용인경전철 사업과 관련, 국제중재법원이 경기 용인시에게 민간 시행사인 용인경전철㈜에 5,159억원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용인시는 승산이 적은 싸움으로 막대한 재정 낭비와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용인시는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중재법원이 올해 2월 용인경전철㈜가 신청한 중재건에 대해 ‘시가 용인경전철㈜에 5,159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정 결과를 4일 시에 통보해 왔다고 6일 밝혔다. 중재 판정에 따라 용인시는 전체 금액 중 4,530억원을 이달 11일까지 용인경전철㈜에 지급하고, 나머지 629억원은 향후 정산해야 한다.
국제중재법원의 판정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법조계는 구속력도 갖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재 판정을 근거로 국내 법원에 강제집행허가 청구소송 등을 제기해 판결을 받아내면 강제집행이 가능해진다. 중재를 뒤집을 수 있는 요건은 매우 제한적이라 국내 법원에서는 판정을 뒤집은 전례가 없다. 현대중공업이 2009년 11월 국제중재법원으로부터 승소 판정을 받은 뒤 국내 법원에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를 상대로 신청한 강제집행허가 청구소송에서 승소하며 오일뱅크 경영권을 되찾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제중재법원의 이번 판정은 1단계 판정으로, 용인경전철㈜가 신청한 7,700여억원 중 2,600억원 추가 지급 여부는 2단계에서 결판이 난다. 2,600억원은 시와 시행사 간 이견이 커 양쪽의 과실을 면밀히 따진 뒤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 2단계 판정은 내년 3, 4월쯤 나올 예정이다. 만약 2단계에서도 국제중재법원이 시행사의 손을 들어주면 시는 무려 7,700억원을 물어줘야 한다.
올해 예산의 40%에 육박하는 5,159억원 만으로도 이미 용인시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당장 11일까지 4,530억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최악의 경우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지만 용인시의 지방채 한도는 약 800억원이고, 이를 초과한 지방채 발행은 중앙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새 민간사업자를 끌어들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캐나다 봄바디어사의 기술력이 들어간 경전철이라 용인경전철㈜의 도움 없이 제 3자가 운영할 방법이 없다. 용인경전철㈜은 시설 인계 뒤 어떤 기술적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소음 민원과 일부 시설 부실공사’를 주장하며 개통을 미뤄온 용인시가 시행사에 백기를 들어야 할 상황이다. 시 내부에서도 “일단 개통하고 부실 여부를 따졌어야 했는데 판단을 잘못해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는 용인경전철㈜이 당초 계획대로 경전철을 운영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재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용인경전철㈜도 재계약을 원해 협상이 타결될 수도 있지만 코너에 몰린 시가 협상 테이블에서 끌려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규수 용인시 경량전철과장은 “경전철 개통이 가장 큰 목표인 만큼 지급 시기를 늦추기 위한 협의뿐 아니라 용인경전철㈜가 사업을 계속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용인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용인경전철범시민대책위는 5일 서울중앙지검에 경전철 추진과정에서 제기된 비리 의혹을 고발했다. 시의원 만장일치로 용인경전철 검찰 수사의뢰 안건을 가결한 용인시의회도 다음주 수원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용인=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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