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동쪽 모나라갈라 마을에 사는 이산카(10)군 가족은 할머니 밖에 없다. 부모는 몇 해 전 가난을 꼬리표로 달고 사는 게 싫어 마을을 떠났다.이산카는 이를 모른다. "돈 많이 벌어 곧 돌아올 것"이라는 할머니 말만 철석같이 믿고 있다. 부모를 기다리는 이산카는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2일까지 주어진 휴가를 반납하고 봉사활동을 하러 한국에서 날아온 다음커뮤니케이션 직원 13명에게 '어머니 은혜'를 축가로 불러줬다.
모나라갈라는 스리랑카 행정수도 콜롬보에서 자동차로 8시간을 쉬지않고 달려야 겨우 도착하는 오지다. 주민 안우샤(31ㆍ여)씨는 "벼와 옥수수 농사로 겨우 먹고 살아가는데, 홍수와 가뭄이 차례로 찾아오곤 해 일년에 한 번만 수확을 해도 감지덕지"라고 했다. 주민들의 월 수입은 겨우 1만루피(약 10만원) 수준. 콜롬보 지역 월평균 수입(10만루피)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16세기부터 440년 넘게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지배를 차례로 받았고, 1948년 독립 후에도 지리적 접근성이나 부족한 나라 재정 탓에 늘 소외돼 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나라갈라엔 없는 것 투성이다. 보건소는 물론 그 흔한 시장도 찾기 어렵다. 미용실, 약국, 은행 등을 바라는 건 사치다. 사는 집을 제외하면 허허벌판에 초ㆍ중ㆍ고교생 900여명이 다니는 팔레웰라 종합학교와 코카콜라와 환타를 파는 구멍가게가 전부다.
그래서 이들에겐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학교가 더욱 소중했다.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학교의 모습은 처참했다. 얇은 막대 기둥이 슬레이트 지붕을 아슬아슬하게 떠받치고 있는 교실에서 공부를 해야 했다.
딱한 소식을 접한 다음커뮤니케이션 측이 2006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프로그램 '지구촌 희망학교'를 통해 학교 건립에 나서면서 희망을 되찾았다. 지난해 4월부터 11개월 간 공사 끝에 올해 2월 교실 5개가 있는 건물과 화장실 6개를 완공했다. 기금은 사내 카페 운영과 바자회 행사 등으로 마련했다. 의사가 꿈이라는 루시스 나반자나(10)군은 "학교까지 걸어서 40분이나 걸리지만 새 건물과 위생적인 화장실, 깨끗한 수도 시설이 갖춰져 있어 공부할 맛이 난다"고 활짝 웃었다.
재정 지원이 전부는 아니었다. 다음은 학생들과 1대 1 결연을 맺는 한편, 모나라갈라에서 사회공헌활동(일명'설레는 휴가')을 펼칠 지원자를 모집했다. "휴가 대신 가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는데도 150여명이 몰렸고, 10대 1이 넘는 경쟁을 뚫고 13명이 최종 선발됐다.
봉사 기간 동안 다음 직원들은 아이들과 운동회를 함께 했고, 주민들 앞에서 태권도와 부채춤 등 공연도 펼쳤다. 아이들은 전통 춤으로 화답했다. 입담과 몸 개그로 유독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이현재(32)씨는 "그냥 노래 말고 '사랑노래'를 불러 달라"는 아이들의 요청에 가수 포지션의 '아이 러브 유' 등 한국 가요를 여러 차례 열창했다. 디자인팀에서 근무하는 유혜림(26ㆍ여)씨가 벽화에 기린을 그리는 도중엔 아이들이 "목이 짧다"고 '훈수'를 뒀고, 유씨는"옛날 기린이라 그런다"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일방적인 봉사활동이라기보다는 소통과 놀이, 문화 교류에 가까웠다.
다음은 현재 필리핀에 제6호 지구촌 희망학교를 짓고 있다.
모나라갈라(스리랑카)=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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