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경기 화성의 현대ㆍ기아차 남양 기술연구소 분해분석실. 현대ㆍ기아차와 협력업체 기술자 20여명이 닛산의 전기차 '리프'주변에 모여 있다. 차량의 앞 범퍼를 분해한 후 시트와 배터리 팩을 차례로 떼어내면서 전문 용어를 주고받으며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라코퍼레이션의 홍종하 선임연구원은 "해외의 좋은 차들이 어떤 부품을 사용하는지 궁금했지만 와이어 링 부품 하나 보려고 비싼 차를 뜯어볼 순 없었다"며 "평소 잘 공개되지 않는 연구소에서 값 비싼 해외 명차를 뜯어보며 현대ㆍ기아차 연구진들과 품질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이날부터 8일까지 나흘 동안 기술연구소 안 1만3,000m²(4,000평) 규모의 운동장에서 '연구개발(R&D) 모터쇼'를 연다. 올해로 8회를 맞은 이 행사는 현대ㆍ기아차와 세계적인 명차를 비교 전시하는 이벤트. 현대ㆍ기아차 브랜드 25대, 국내외 주요 경쟁차종 80대 등 완성차 105대와 절개차(차를 쪼개 놓은 모양) 8대, 차량 골격 5대가 선보인다. 445개 협력사 임직원 5,000명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R&D 경쟁차 전시회'로 시작된 이 행사는 2006년부터 협력사 직원도 초청됐다. 협력사 연구개발 관계자들에게 최신 자동차를 직접 보여주고 새 부품 및 신차 개발에 벤치마킹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지난해부터 'R&D 모터쇼'로 이름을 바꿔 인근 지역 주민도 찾아와 볼 수 있도록 했다.
행사에서는 현대ㆍ기아차 직원 8명과 협력사 엔지니어 12명이 함께 수입 경쟁차를 분해하고 기술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되는데, 이날은 닛산 리프와 포드 '포커스'를 함께 뜯어봤다.
대한솔루션에서 소음진동(MVH) 관련 부품을 만드는 홍상우 대리는 "글로벌 소음진동(MVH) 내장재 업계의 핵심 과제는 원가 절감과 전기차 시대에 대비한 소음 감소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는 공동 분해한 경쟁차 부품을 협력사에 무상 제공할 계획이다. 지해환 현대ㆍ기아차 연구개발기획조정실 전무는 "가격 때문에 평소에 다뤄보기 힘든 부품을 직접 보유하면서 연구개발에 소중하게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협력사 기술진은 차급 별로 나눠진 7개 구역을 돌며 제네시스, 에쿠스 등 현대ㆍ기아차 25대와 아우디 A8, 포르쉐 파나메라4, 렉서스 LS460, 폴크스바겐 골프 블루모션 등 국내외 경쟁차 80여대를 샅샅이 살펴보는 기회를 가졌다. 또 절개차 분석을 통해 차 속이 어떻게 돼 있는지를 살피고, 다양한 첨단 자동화 시스템도 배웠다.
지해환 전무는 "진정한 상생은 협력사에게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라 생각해 기술개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협력사의 기술문제 해결을 통해 연간 2,200억원의 지원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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