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운다. R&D센터는 보통 IT산업 같은 첨단업종업체들이 두게 되는데, 영화 게임 오락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연구소를 두는 건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기업인 CJ E&M은 5일 자회사인 CJ파워캐스트를 통해'CJ VFX/ANIMATION R&D 센터'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특수영상에 대한 연구개발과 인력양성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아바타'같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CJ E&M은 엔터테인먼트 분야 국내 최대기업이다. 사업영역은 ▦영화 ▦음악ㆍ공연 ▦방송 ▦게임 등 4개로 나눠져 있다.
옛 CJ엔터테인먼트가 담당하던 영화분야는 제작과 투자 배급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이 20%에 달한다. 예전 엠넷미디어 맡았던 음악부문은 콘서트 뮤지컬 음반제작 등을 담당한다. CJ미디어와 온미디어가 담당했던 방송은 tvN(오락) OCN(영화) 투니버스(만화) 온게임넷(게임) 등 18개 케이블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슈퍼스타K나 코리아갓탤런트 등 히트프로그램으로 지상파 방송 못지 않은 시청률을 내고 있다. 게임은 넷마블을 운영하고 있다. 이 4개 부문이 합쳐진 CJ E&M은 그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권력'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이번에 세워질 R&D센터는 영화특수효과와 애니메이션 기술 쪽을 연구하게 된다. CJ 관계자는 "(아바타 같은) 헐리우드 수준의 영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영화는 스토리와 구성의 탄탄함으로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있음에도 불구, 특수효과 쪽은 초라한 것이 현실. 이 관계자는 "국내 영화에서 3D처럼 특수기술이 들어가면 유치해진다는 인식이 있고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라며 "국내 영화산업이 발전하려면 특수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전문적 연구와 기술개발이 필수"라고 말했다.
할리우드 유명영화제작사인 드림웍스, 픽사 등은 회사내부에 특수효과 전문가만 50~70명 정도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영화 제작사는 이런 인력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많아야 3, 4명이 고작이다. 게다가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밟았다기 보다는 현장경험으로 체득한 수준이기 때문에, 할리우드와는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CJ R&D센터는 우선 컴퓨터그래픽(CG) 제작공정관리 툴, 통합 FX시뮬레이션, 가상화 기술 등을 확보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 기술들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불이나 물 폭파 장면, 동물 떼 장면 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제작시스템이다.
회사측은 향후 200억원을 투자, 2016년까지 헐리우드 수준의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석ㆍ박사급 30여명을 확보해 기본시스템을 구축하고 연구인력을 단계적으로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할리우드 CG 회사와 제휴도 추진 중이다.
CJE&M 연구센터 관계자는 "특수영상 기술이 고도화되면 세계 어느 곳이든 CG로 구성해 실제 가서 촬영한 것처럼 영상을 만들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한 비용절감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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