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코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 필름 카메라를 급속히 대체한 디지털 카메라와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인데, 아이러니한 점은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회사라는 것이다.
AP통신은 지난 주말부터 코닥이 로펌을 고용해 파산보호 준비 절차에 착수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1997년 주당 94달러까지 올랐던 코닥의 주가가 78센트까지 추락했다고 5일 보도했다. 코닥이 계약한 존스 데이가 실제로 파산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로펌이어서 시장의 의구심은 더 컸다. 코닥이 이후 "로펌을 고용한 것은 맞지만 파산 준비는 아니다"고 해명하면서 주가가 1달러 12센트로 반등했지만, 파산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1880년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코닥은 한 때 전세계에서 14만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며 카메라 관련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다. 특히 필름에서 강세를 보여 1980년대 초반에는 전세계 필름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신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면서 80년대 후반 일본 등의 후발업체에 밀려 줄곧 사업을 축소해 왔다. 작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코닥은 디지털 이미지 관련 특허 1,100여건을 30억달러에 매물로 내놓는 등 회생을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CC로 추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카메라 분야에서 총 1만1,000여건의 특허를 보유한 코닥은 75년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며 신기술을 선도했으나 81년 이 기술을 상용화한 소니 등에 시장 주도권을 빼앗겼다. 디지털 카메라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1억4,000만대 판매돼 필름 카메라를 압도했다. 필름 카메라는 작가나 일부 마니아만 사용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미미해졌다.
미국의 사진분야 저술가 존 래리시는 "과거 세계 어디를 가도 코닥의 로고를 볼 수 있었지만,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가 나오면서 코닥의 설 자리가 없어졌다"며 "이제 코닥의 이름은 역사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 아쉬워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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