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에 대비한 나라의 외화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3,000억달러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작용하고 있어 정부의 시장 개입에도 적잖은 제약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033억8,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88억1,000만달러 급감했다. 다행히 3,000억달러를 지켜내긴 했지만, 하락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11월(117억5,000만달러) 이후 근 3년 만에 가장 컸다. 외환보유액 순위도 7위에서 8위로 한 계단 내려 앉았다.
한은은 보유액이 급감한 이유가 주요국 통화의 약세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유로화(-6.8%), 파운드화(-4.1%), 호주달러(-9.8%) 등이 미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화로 환산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된 이유는 최근 환율 급등에 따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라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지난달 외환시장에서 당국이 하루 50억달러 가까운 달러를 쏟아냈다"며 "주요국 통화의 환율 효과도 일부 있겠지만, 대부분 당국 개입에 따른 영향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관심은 정부가 3,000억달러를 지켜낼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3,000억달러에 못 미친다고 당장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이 붕괴될 경우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환율 급등락 등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실탄은 많지 않아 보인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무리한 시장 개입으로 2,000억달러 선 붕괴를 눈앞에 두면서 오히려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며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환율 상승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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