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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상 수상 니시무라 겐타 "日문단 최고 상 받았지만…내겐 친구도 애인도 희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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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상 수상 니시무라 겐타 "日문단 최고 상 받았지만…내겐 친구도 애인도 희망도 없다"

입력
2011.10.0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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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 노동으로 번 돈을 술과 담배, 여자에 꼴아박고 선술집에서 TV로 야구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인 중졸 출신의 떠돌이, 성범죄자의 아들로 게으르고 참을성 없고 비딱한 성격 탓에 친구도 애인도 없는 외톨이. 폭력 사건으로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목적도 희망도 없었던 20대 후반의 막장 인생에서 구원이 된 것이 후지사와 세이조의 사소설(私小說ㆍ작가의 체험을 그대로 소설화하는 일본 특유의 문학 장르). 성격파탄자로 끝내 공원에서 얼어죽은 그 작가의 삶과 글에서 그는"삶의 용기를 얻었고 정신의 버팀목을 찾았다"고 했다.

이 지독한 생의 이방인이 올해 상반기 일본 아쿠타가와상 수상자인 니시무라 겐타(44)씨다. 수상작인 <고역열차> (다산책방 발행)의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방한한 그는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상 이후에도)친구도 애인도 없다. 인생의 희망도 없다"고 했다. 7년간의 무명 작가 생활 끝에 올 1월 일본 문단 최고 권위의 상을 받고 상금(100만엔)과 인세로 3,500만엔(약 5억4,500만원)의 거금도 거머쥐었지만, 그는 그저 "안정적인 여건에서 작품을 쓰게 됐다"며 멋쩍게 웃었다. 수상작이 실린 잡지 '문예춘추'가 일본에서 무려 80만 부가 팔렸고, 이후 발간된 단행본도 20만부나 찍는 등 순문학에 주어지는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으로선 이례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수상작 <고역 열차> 는 열 아홉 시절 작가 자신의 체험을 거의 그대로 담아낸 중편. 부두에서 일용 노동을 하며 술로 마음을 달래는 주인공 간타가 일터에서 전문대생 구사카베를 만나 우정을 느끼려다, 그 친구의 평범한 삶이 장벽으로 다가오면서 다시 혼자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구사카베를 만나 적극적으로 살아보려던 간타는 "제대로 된 부모와 가정 환경에서 보통으로 성장해 보통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보통의 청춘을 살고, 앞으로도 보통으로 살아가며 보통의 만남을 반복할" 구사카베와 그의 여자친구 앞에서 자신이 바퀴벌레 같은 존재임을 깨닫고, 다시 '뚜렷한 목표도 없는 그냥 그대로의 일용노동자'로 원 위치한다. '이 세상이 숨이 턱 막힐 만큼 무미건조한 고역과도 같다'고 느끼면서. 애틋한 로맨스도 없고 복잡한 플롯도 없지만 인생의 바닥에 다다른 간타의 심리를 따라가는 서술에서 씁쓸한 유머와 묘한 슬픔이 우러나온다.

인터뷰도 그의 소설 톤과 흡사했다. 그는 한동안 맥이 끊겼던 일본 사소설이 이 작품을 통해 부활하고 있다는 평에 대해 "최근에 젊은 작가들이 사소설을 많이 쓰고 있다고 들었지만, 이것도 유행처럼 지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성범죄로 구속된 아버지에 대해선 "성범죄로 가정이 파탄났기 때문에 원망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아버지를 소재로 소설을 쓸 수 있어 좋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집안 내력 때문에 가정을 꾸릴 생각은 없다"며 "내 생활에 맞춰 살다 돈이 제로인 상태에서 죽음을 맞고 싶다"고도 했다. 어머니와도 연락이 끊어져 있고, 친구도 애인도 없는 그의 유일한 정신적 가족은 후지사와 세이조. 지금도 한 달에 한번씩 후지사와의 묘소를 찾는다는 그는 후지사와 묘 옆에 자신의 묏자리도 미리 봐뒀다고 한다.

이 밑바닥 허무주의자에게 그렇다면 소설 쓰기는 무슨 의미일까. 잠시 고민하던 그는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반쯤은 자기만족이 아닐까"라고 했다. 그는 "내 작품을 읽고 (절망에 빠진) 누군가가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면서도 "그런 구원의 의미보다는 소설로서 그냥 즐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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