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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증시 등판, 구세주냐 총알받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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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증시 등판, 구세주냐 총알받이냐

입력
2011.10.0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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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110포인트 넘게 추락했다. 장 초반 '팔자' 행렬에 동참했던 연기금은 돌연 '사자'로 돌아서며 이날 하루 2,500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쓸어 담았다. 이날 순매수 규모는 금융시장 공포가 극에 달했던 8월9일(5,200억원) 이후 최대였다. 덕분에 이날 주가지수는 낙폭을 절반 가량으로 줄이며 1,700선을 지켜냈고, 당국은 한숨을 돌렸다.

연기금이 연일 증시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기금 마저 없었다면 우리 증시는 초토화됐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지만, "결국 국민의 돈으로 외국인들의 총알받이 노릇만 한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향후 연기금의 구원투수 역할은 지속될 전망이어서 공방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5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연기금은 미국 신용등급 하락 및 유럽 재정위기로 금융시장이 출렁이기 시작한 8월1일 이후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5조89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총 44거래일 중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단 5거래일 뿐이었다. 비록 5일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순매수 행진을 멈추긴 했지만 9월5일부터 지난 4일까지 이어진 연속 순매수 기록(19거래일)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최장이었다.

향후 연기금의 주가 방어는 지속될 공산이 크다. 연기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의 경우 향후 주식을 추가 매입할 수 있는 여력도 충분하다. 국민연금의 7월말 현재 국내 주식투자 비중이 18.0%로 올해 목표치를 이미 채웠지만, 이후 주가 하락에 따른 비중 감소 등을 감안하면 향후 7조~8조원 이상 추가매입 여력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연기금의 주가 방어는 긍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 개인 투자자들이 패닉(공황) 상태에 빠져 주식을 무작정 내던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 역할도 하고, 또 저가 매수에 따른 차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지수 1,000 밑에서 연기금이 주식 매입에 나선 것을 두고 비판 여론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수익을 톡톡히 보기도 했다.

그렇다고 연기금의 주가 방어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떠나는 것을 연기금이 도와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 이 기간 외국인들이 팔아 치운 주식은 7조3,679억원어치로 외국인들이 내놓은 주식을 고스란히 연기금이 받아 준 셈이다.

국민의 노후대비자금을 함부로 증시 방어에 사용하는데 대한 거부감도 크다. 자칫 막대한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기금측이 자체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투자를 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정부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면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기금이 정부가 원하는 때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쌈짓돈이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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