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아동 성범죄자의 성욕을 강제로 억제하는 화학적 거세법이 도입될 전망이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5일 "14세 이상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가두마(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날 표결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7월 개정안을 하원에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아동의 성적 불가침성을 침해하는 잔혹 범죄에 대한 대책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입법 취지를 밝혔다.
새 법률안은 재범의 위험이 높은 아동 성범죄자에게 의학적 강제조치(화학적 거세)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체내에 남성 호르몬인 테스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하는 약물을 주입해 성욕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식이다.
법률안은 또 반복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재범자의 경우 종신형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지금까지 재범자의 최장 형기는 20년이었다. 가석방 조건도 까다롭게 해 유죄판결을 받은 성범죄자는 형기의 80%를 마치거나 화학적 거세를 자청해야 가석방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의 타트야나 야코블레바 의원은 "지난 10년간 아동 상대 성범죄 건수가 3~4배 급증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내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6세 미만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해 구속된 사람만 7,600명에 달했다.
유럽에서는 영국 덴마크 스웨덴 등이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루이지애나, 캘리포니아, 오리건 등 일부 주에서 약물주사 방식으로 성범죄자를 처벌하고 있다. 한국도 아동 성폭력 사전 예방을 목적으로 7월 화학적 거세법을 도입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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