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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베를린영화제 3관왕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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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베를린영화제 3관왕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입력
2011.10.05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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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열린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는 경쟁부문에 오른 한 편의 영화 때문에 떠들썩했다. 영화제 막바지에 상영된 이 영화는 대상인 황금곰상을 받았고, 최우수 남녀배우상까지 거머쥐었다. 출연한 남녀 배우 모두가 수상자가 되는 진기록도 남겼다. 이란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베를린영화제의 후광을 업고 4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영화는 한 부부의 별거를 출발점으로 이란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묘파해 나간다. 아이 교육을 위해 해외 이민을 주장하는 아내 씨민,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두고 갈 수 없다는 남편 나데르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두 사람은 결국 별거에 들어가고, 나데르는 아버지를 위해 라지에를 간병인으로 고용한다. 서로 친절하게 대하던 고용주 나데르와 피고용인 라지에는 한 사건을 전환점으로 명예를 건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된다. 라지에가 잠깐 집을 비운 사이 나데르의 아버지가 위급한 상황에 처하고, 분노한 나데르가 라지에를 밀치면서 라지에가 유산을 하게 된다. 서로를 고소하면서 둘은 헤어나올 수 없는 굴레 속으로 빠져든다.

영화는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려 하지 않는다. 아니, 들어 줄 수 없는 난처한 상황을 계속 비추며 이란사회의 난맥상을 은유한다. 실형을 면하기 위해 "라지에의 임신 사실을 몰랐다"고 거짓말하는 나데르, 그런 아버지의 비열한 모습을 보고 실망하는 딸, 나데르와의 합의금으로 빚을 청산하려는 라지에의 남편, 종교적 죄책감 때문에 합의금을 받을 수 없는 라지에 등의 사연이 얽히고 설키며 등장인물들은 겹겹의 딜레마 속을 헤맨다. 세속과 종교가 부딪히며 종종 파열음을 내는 이란의 현실이라 할 수 있다.

이혼을 위해 법정을 찾은 씨민이 판사에게 던지는 한마디는 상징적이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애를 키워요." 이란의 보통사람들이 품고 있을 불만을 영화는 그렇게 나지막하게, 에둘러서 전한다.

세밀한 이야기를 조밀한 연출로 엮은 수작이다. 장면 하나하나, 배우의 동작 하나하나가 주요한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극장 문을 나선 뒤에도 여러 장면들을 계속 복기하게 되는 이유다. 이란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작품. 이란의 신예 아쉬가르 파르하디가 메가폰을 잡았다. 1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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