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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성가는 길은 열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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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성가는 길은 열렸는데

입력
2011.10.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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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의 대표가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럽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천안함 사태에 따른 '5ㆍ24 조치로' 간신히 숨만 헐떡이고 있는 개성공단은 물론이고 악화될 대로 악화된 남북관계에도 해빙의 신호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뒤 문맥을 살펴보면, 집권 여당의 개성공단 방문은 미묘한 시기에 미묘한 의미를 던지고 있다. 즉, 남-북-러를 잇는 가스관 건설 사업, 통일부 장관의 교체와 유연성의 강조, 베이징에서의 2차 남북 비핵화 회담, 북한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판 자제, 인도적 지원 사업을 위한 민간단체 방북 허용 등을 보면 남북 사이의 보이지 않는 교감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 한껏 띄운 여당 대표

이번에야 말로 개성이 말 그대로 열려있는 성(開城)이 되어 개성을 건너 평양으로까지 가는 길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하겠다. 이렇게 본다면, 홍준표 대표의 방문도 예사롭게 생각되지 않는다. 즉, 얼마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그는 11월에 남북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의 교감 없이는 나오기 힘든 발언이다. 이번에도 그의 방문은 정부와의 사전 교감이 충분히 이루어진 뒤 나온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의 몇 가지 움직임은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희망적인 기대감을 갖게 한다. 홍 대표의 방문을 전후하여 그간 미뤄져왔던 개성공단 내 의료응급시설, 소방서 등의 건립이 추진되고 있고, 개성시와 개성공단을 잇는 도로의 보수공사를 위한 협의도 진행되고 있다. '5ㆍ24 조치'에 따른다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홍 대표의 말처럼 개성공단에 한에선 '5ㆍ24 조치'를 유연하게 적용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유연성이 개성공단에만 한정되지는 않는 듯하다. 일부의 보도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위한 접촉도 개성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금강산 및 개성 관광이 재개되고, 개성공단의 활성화를 위한 조치가 실행된다면 '5ㆍ24 조치'는 해제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북한에서 나오는 몇 가지 발언도 일종의 화답처럼 보인다. 즉, 남북대화 및 남북관계 개선에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고, 현대아산을 통한 금강산 관광의 재개에도 얼마든지 응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비판하던 것도 사라졌고, 베이징에서 열린 제2차 '남북 비핵화 회담'의 성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조만간 이루어질 북한과 미국의 대화도 결국 전반적인 대화국면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한반도의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홍 대표의 발언처럼, 그가 한 번 더 방문하려고 한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북한의 성의 있는 '변화'도 필요하지만, 우리의 변화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실행 가능한 조치부터 선행돼야

일단은 개성공단의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부터 실행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또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개성공단의 재활성화와 함께 개성관광, 금강산관광의 재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검토하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겠다. 대결국면을 끝내기 위해서도, 대화국면을 앞당기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얼마 전 민주당 김동철 의원이 실시한 남북관계전문가 대상 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100점 만점에 50.5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큰 잘못으로 '대북대화 및 교류협력'분야를 꼽았다.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라 할 만하다. 이번의 개성공단 방문이 낙제를 간신히 면한 대북정책에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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